강 건너 저편 (3)

얼마나잤는지모르겠다

잠결에누가우는소리가들려깨어보니

큰딸애가눈물범벅이다

그곁에예수님다음으로좋아하는

내큰아들이보인다

내몸땡이가왜자꾸나락으로떨어지는지모르것다

많은시간을혼절했던모양이다

급히큰애비차로나를업어뒷좌석에눕히는데

큰딸이무릎으로나를안아눕혀준다

이게얼마만의살끼리부딪힘인가

내속으로낳은자식이지만

함께늙어가는큰딸

젊어서는시어머니를막아주는영악함으로

중년에는애끈한마음으로

며느리들앞에체신을세워주려온갖싫은소리마다하지않아

곧잘내속을뒤집다시피상하게했던

동무같았던여식

그큰딸애가제무릎을내주는데

참포근하다

나보고자기가누구냐고자꾸묻는다

내가왜모르겠는가

"벙어엉수니.."

입술을옴싹거려내뱉으니엉엉소리내며운다

내가이제다늙은딸애를울리는구나

큰딸의따순무릎에누워

포근하게감싸주는이불을덮고잠속으로빠져들었다

…….

인민군트럭이마을앞공터에도착하였다

인공치하에서각마을별로심지뽑기를했는데

하필이면신랑이뽑혀서의용군을나가게돼버렸다

그길을막아선이가아이들삼촌인서방님이다

형은아부지엄니를모셔야되니내가형님대신나간다고

신랑을막아서고는인민군의용군으로끌려가는날

감자를한소쿠리쪄서보자기에싸서손에들려주는데

큰딸아이가저는안주고삼촌만준다고떼거지를쓰면서

울며불며난리를친다

서방님이큰딸을물끄러미내려다보더니트럭에서내려와

난배부르니이거너나배불리잘먹거라하며

소맷단으로눈물을훔치시며가신다

서울연희전문에서사각모를쓰고방학에

시골에내려오면망토를멋지게날리며친척들집을찾아다니시며

어른들께인사를드리러이마을저마을로

다니시던멋쟁이내서방님

길어야석달이면돌아온다는말을남기고

방죽거리신작로를돌아먼지만뒤로남겨놓고떠나셨다

시어머니는사흘밤낮을식음을전폐하시고

눈이짓물러서돌아누우셨다

나도따라산더미같은집안팍일을하며함께굶으려니

눈이십리같이들어가눈앞이엇찔엇찔잘보이질않는다

국군이들어온

다음날밤

초상집같이침울하게내려앉은

그런우리집에들이닥친반공청년단이라고

머리에띠를두른이웃동네청년들이밤중에대창을들고

횃불을밝혀들고마당하나가득들이닥쳤다

시아버지께서이장을하셨던이웃동네에서

이사를넘어온지가서너해

타지에서들어와*씨시제각이있는동네에

머슴꾼이대부분인동네에서

*씨제단지기가상전중에상전이라

그소작농으로근근히살아가는힘없는사람들의

안식구들을돌아가며밤마다건들여도누구한사람감히나서지못하는

이상한동네에서몇안되는토박이인우리집안

그불의에있는힘껏맞서싸우다가스스로한고개를넘어

이사를넘어온곳이시방사는동네다

마을소작농의모든여자들을밤이면돌아가며자기것으로취해도

누가감히뭐라않는무법천지동네에서

그러면못쓰는것이라고바른소리를들이댄시아버지께로향한앙심

그앙심을이혼란기를틈타그수하인소작농들에게

대창을하나씩깎아세우고빨갱이집안이라고

살벌하게나대는저녁

시아버지와신랑을끌고넘어갔다

독청이라고하는곳간에가둬놓고사흘밤낮으로

짐승에게매질하듯시아버지와신랑에게매질을해댔다

그리고는시어머니와나를끌고가그독청에가둬놓고는

물한모금안주고매질을해댔다

아이들삼촌이빨갱이사상이있었다고

모함을하면서자백을하라는데

뭔소리인지모르면서그냥개처럼맞기만했다

혼절을하면물을끼얹고또팼다

사흘뒤에문밖에내팽겨져

정신을수습하고무릎걸음으로기다시피

돌투성이성황당고개를피투성이로넘어왔다

살점이떨어지고피가튀기는

이지옥같은악다구니육니오에

집안이풍전등화같이기울어갔다

신랑은온몸이피고름으로덕지덕지하여

눈만간신히뜨고신음소리로아픔을참느라

이를응다물고천장만바라보며누웠고

시아버님은댓님으로머리를질끈동여매시고앉아

뜻모를두터운책만종일내읽고계셨다

죽음같은정적만흐르는집안에서

욱씬거리는고통으로식구들끼니를챙겨야만하는

이살벌한육니오전쟁

……

눈으로환한빛이들어온다

눈꺼플사이로의사가보인다

대학병원이라는데긴침대같은곳에누워

무슨굴속을지나가곤하는데

도통뭔영문인지모르것다

열흘남짓간호사가와서주사를놓고

큰애비와큰딸이번체로와서내머리맡에서

밤을새우는눈치다

내하나때문에이무슨고생들을시키는지모르것다

지리하게몇밤이흘러갔는지감을잡을수없는날들이

지나가는가싶었는데삐뽀삐뽀!~소리를한참들으며

또어디론가달려가는차안에누워있었다

아,

또육니오전쟁이터진것인가?

왜이리소란스럽고소름이돋는단말인고

이리저리마구흔들리는몸땡이를주체하는것이

다시금육니오가터진것이분명하다

이혼비백산한것이

도대체내가어디로끌려가는것이런고

이나락으로떨어지는절망감을

누가있어알아볼것인고

애비야,

큰애야,

어디에있느냐?

응?

왜이리사방이막혀칠흑같이캄캄한게냐

??

아니당신은

애덜아버지아녀유?

이게대체어찌된판인지몰것시유

그징그럽던난리가

다시쳐들어온것이유뭐유?

자꾸가물거리고정신이혼미해져서

나도나를주체못하것시유

왠강물소리만뜬금없이자꾸들리니

대체이뭔조화인지유

아,

사방팔방이

그저캄캄하게막혀서

여기가어디인지당최모르겠으니

이일을어쩌면좋단말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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