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벽찬댓바람으로

산이너무나그리워눈물날지경이다.

언제나내겨드랑이에

봄의새싹같이뽀족한날개가돋아

저山河를훨훨날아가볼꺼나.

내제일로존경해마지않는청마유치환님의책을읽던신새벽.

잠시어느블로거양반의산이야기를읽다가

사진속설악이너무아름다워컴퓨터바탕화면으로가져다놓고

하염없는마음이되어

미동도않고

턱을괴고앉아사진만들여다보며

연전에안해와단둘이서

겁도없이용감하게

손아귀에땀이나도록아슬아슬한

저설악의공룡능선벼랑끝에앉아

이마의땀을씻으며

싱그럽게내려다보던설악

저기저

공룡능선을넘어가던

그아름다운날을그리워하다.

사진출처:인회님

-유치환-

그의이마에서부터

어둔밤첫여명이떠오르고

비오면비에젖는대로

밤이면또그의머리우에

반디처럼이루날은어린별들의찬란한보국(譜局)을이고

오오산이여

앓는듯대지에엎드린채로

그고독한등을만리허공에들내여

묵연(黙然)히명목하고자위하는너

—산이여

내또한너처럼늙노니

음우(陰雨)를안은무거운절망의암운이

너를깊이휘덮어묻었건마는

발은굳게대지에놓았고

이마는구름밖에한결같은창궁(蒼穹)을우르렀으니


신이여

너는끝내의혹하지않을지니라


나는산입니다

이렇게커다란검정구름떠미가

나의머리위를핑핑지내가는걸보니

오늘밤은비가오겠읍니다

게다가동남풍이불어옵니다

저대해(大海)같은검푸른하늘에


오늘밤은적은별애기들을볼수가없겠지요

산새들은날개를드득거리고

숲속으로깃을찾어숨으시오

저렇게청개고리놈들은곬자구니에서

목청높이울어야단들이아닙니까


나는산입니다

밤새도록나는혼자서

촉촉히비를맞고서있지요


오오래내게

오르고싶은높으고도슬픈산있노니

내오늘도마음속이를염(念)한채로

부질없이거리에나와헤매이며

벗을맛나이야기하는자리에도

향그론푸른담배연기넘어안윽히

그의아아(아아)한슬픈용자(容姿)를보노라


해지고

등불켜인으스름길을돌아오노라면

어디메또이한밤을

그막막한어둠속에방연(尨然)히막아섰을

오오나의산이여

산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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