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 저편 (5)

모든세상이내게서돌아앉은모양이다

물체의촛점이맞질않아무엇이든희미해졌다

누가귀에대고소리치면그쪽으로고개를돌려보지만서도

눈으로는희끄므레하여도저히분간이안된다

인쟈이세상과완전히외톨이가되어가는가

누가새벽같이찾아와서내이마를찬손으로짚어주는데

차가운손감촉에따순기운이전해져오는데

누군지이신새벽에왜나를찾아왔을까?

옆에아줌마가둘째아들이라고하는데

내게는이응기억에없다

아느냐고두번을묻는데모른다고도리질만했다

모르는사람이냐고또묻길레

고개를끄덕여주었다

누군지모르지만서운하다고한참을곁을떠나질못한다

귀밑머리가희끗희끗하니나이가오십중반은넘어보이는데

하지만어떤양반인지기억에없어모르지만

생판모르는나를이렇게살갑게생각해주니

참고마운일이다

…….

애들아버지가치과의원이며

큰사업을한다고두어번서울과조치원으로

논밭전지를팔아나갔다어깨가축늘어져들어오고나서는

집안의가세가급격히기울었다

둘째자식이중학생이되었다는데

입학금은커녕

교복을사줄여력도없다

같은높은뱅이사람이자가운데담이웃에사는

중학교수학선생님이신읍내권선생님을찾아갔다

다행히착하고마라톤과공부를월등히잘하는아이라고

공부를그치면너무아깝다며선뜻돈을내주셨다

어려울적에는그후로도몇차례찾아가도움을받아야했지만서도

벼룩도낯짝이있다고못찾아가겠다

아이들중에서

이십리먼통학길을둘째자식만자전거없이통학을시켰다

비가억수같이쏟아져도

눈보라가눈앞을가리도록세차게내리는날도

줄창아무말없이걸어다니는아이가그저고마울뿐이다

아이들아버지는허구헌날술에젖어살았다

삶에대한의욕이없는것인지맨정신으로있지를못하였다

동네에서제일가던풍족하던살림이

급작스레닥친곤궁한집안가세가괴로우신지

시어머니는서울서큰딸이조선일보인가하는직장을다니며

제남동생을고등학교에보내는큰딸과큰아들곁으로밥을끓여주러올라가시고

연로하신시아버지는어린손자들추울까땔감나무짐을해서나르시느라

추운겨울을어렵사리건너가고계신다

때꺼리가아슬아슬하여

조석으로광에들어가면간이조마조마하다

쌀독밑바닥에거꾸로처박힐지경으로손을뻗으면

바가지소리만드륵,드륵거린다

둘째와늦둥이막내가불쌍하다

에미로써아무것도해줄수가없는이마음이미어진다

값나가는살림살이를하나둘씩

장에내다가팔아식량과맞바꿨다

그때마다사랑방에서헛기침소리만높아가는시아버지께죄스럽다

아이도시락도못싸주는에미마음이찢어질것만같다

이제껏살림만하던내가무엇을어찌해야하는가

주부네엄니가자기와함께

계란을떼어다가팔아보자고권한다

주부네는농사지을땅한뼘없이보따리장사로연명하는집이다

옛날에는조석으로우리집으로찾아와허드렛일을하며

밥을얻어가던주부네와이젠별반다르지않는

집안의기울어진가세를어찌하면좋을지모르겠다

읍내장터에서계란열판을외상으로떼서

목도리를칭칭감고서읍내를빠져나오는데누가볼까봐

걸음만겅중거리고공중에서자꾸헛발이짚어진다

오라는데는없고계란은팔아야양식을살텐데

이막막한신작로한가운데서서

한숨만내쉬다가걷고또망연히서서

연기모락모락피어오르는마을들을지나고또지나가고있을뿐이다

미루나무늘어선멀고먼신작로길에서

어느마을로들어가야만하는지도대체용기가나질않는다

마침지나가는윗집태영이네경운기가옆에서서

이추운날씨에어디가느냐고타라고한다

손과발이감각이없어진지이미오래

경운기뒤에올라타서막자리에앉기도전에

덜컹,하며급출발을하는통에계란을머리에인그대로

신작로언땅에고꾸라지며무릎이언땅에부서지듯떨어졌다

외상으로떼온계란이눈발이희끗희끗한신작로바닥으로

와장창!~깨지는데그것이아까워아픈줄도몰랐다

읍내의원은커녕집으로실려와

방에누워끙끙앓았다

무릎이퉁퉁부어오르더니이튿날부터무릎에물이차기시작하며

불덩이같이뜨겁게부어올랐다

시아버지께서읍내침쟁이를모셔와

무릎에서맑간물만뽑아내주셨다

신열이끓어올라헛소리가응다문입술을비집고

비명같이짧게간헐적으로터져나왔다

…….

왼쪽다리는마비된지오래여서감각이없지만

오른쪽다리무릎부분이불에덴것같이

화끈거리고아파그고통으로잠도이룰수가없다

왜오른쪽다리를내버려두었단말인고

그마져마비되면이고통이없겠굼서나참지못하는신음소리가

자꾸굳은혓바닥을지나입술밖으로터져나온다

오른발을자꾸올렸다내렸다고통을표시해도

간병인들은웃으며어린애같이발장난을치며논다고만말한다

둘째자식이라고온양반에게굳은혓바닥을간신히옴싹거려

말로만들어전해주었다

"아아프어..나조음살러주어어어유.

그양반이내머리만쓰다듬고애처럽게바라만보다가간다

내가이리아픈데

그누구도모르니이아픔을어찌해야하는고

아,

하느님은아실까?

바깥으로겨울바람이지나가는소리가난다

그날계란을가득머리에이고신작로한가운데에서

갈곳을몰라바라보던

그황량한들판한가운데내가서있는것이다

이고통을어여하느님이거둬가주셨으면

아니?어여나를요단강저편고통없이편한곳으로건너다주셨으면

강건너저편을바라보는

내희미한귓전으로

강물소리출렁이는소리만아득히들려온다

으윽,

누가나좀도와주서유

야?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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