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꽃샘추위가채가시지않은

봄기운

안방으로들어가

콩기름반들거리는

노란장판에귓떼기를대고누우면

따뜻한구들장의온기

봉당에검정고무신한짝

봉당아래에또한짝널부러진

어둑한저녁마당

제비들한둘씩처마밑으로날아들고

허리춤부여잡고

마당가거름자리에

오줌을갈겨대며

진저리를치면

서녘하늘에떠있던

새하얀눈썹달

고구마를묻어놨던

화롯재를헤치면

안방가득퍼지던

달콤들쩍한군고구마냄새

눈물없던시절

아득히멀어

지금은가고없는

할아버지계신흑백사진풍경

이른퇴근으로

선영에올라

할아버지산소아래

돗자리를펼쳐놓고앉아

한가한마음으로따스한봄을만끽하는데

건너산아래에

오두막집

한채

아득히멀어

지금은가고없는

할아버지계신흑백사진풍경

얼마나

더기다리면

그시절이또돌아올까?

혼미한저녁의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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