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 저편 (7)

꿈에애들아버지를보았다

당최꿈에보이질않던사람이이신새벽

꿈자리에서환히웃으며

내앞에서있었다

인쟈가신지어느덧20년세월이흘렀굼서나

꿈에서조차한번도뵈질않던사람

낮에둘째아들이라고다녀가면서

이마를자꾸쓸어올리며

쓰다듬어주는데그손길에서그옛날다정하고다감하던

애덜아부지의손길이느껴졌다

참이상한일이다

간병인아주머니말마따나내둘째아들이

맞기는맞는것인가?

이응기억에없으니이를우짤꺼나

……

봄날이왔다

애들아버지는서울에사업을한다고몇차례오르내리더니

하모니카를사가지고오셨다

어느날은

뒷산높은뱅이로올라가

마을쪽을향하고앉아불어대시기도하고

또어느날은

마을앞저수지수변에앉아

방죽말쪽을향해불기도하시다가

어느날은

보리밭이랑에서노고지리날아오르는

푸르디푸른봄하늘을올려다보며

구성지게도불곤했는데

마을어디서불던지간에내귀에는항상들려왔다

어느날인가

시아버님께서청승맞게하모니카를불고다닌다고

하모니카를빼앗아

사랑방으로가지고들어가셨다

마당에뻘쭘히서서

사랑방을한참을바라보다가

슬며시주막거리로나가서는또술이만취가되어들어왔다

그리곤내손을잡아끌고는

방링이사래긴보리밭으로데려갔다

그곳에서보리피리를불어주는데

봄날은간다..라는백설희의노래였다

나도애들아버지보리피리소리를따라

넋없이따라불렀다

친정에홀로남겨두고온

내동생은잘있는지

때는굶지않게누가좀챙겨나주는것인지

이도저도소식을몰라

내눈가는점점촉촉히젖어드는데

애들아버지또한슬픈눈망울로나를

그윽히건너다보며

우리둘은

보리밭가에퍼질러앉아그렇게

흘러가는봄날을애슬퍼했다

그저녁애들아버지가

열일곱과년한큰딸을데리고

달이휘엉청밝은저수지에나가더니

찰막집의고기잡이조각배를띄워놓고

노를저어저수지한가운데로나아가서는

봄날은간다..라는노래를또구성지게부르시더란다

방죽말과

마을앞버드나무길게늘어선

개울에서흘러내려가

두물머리가만나는지점의여울목에서그만

조각배가소용돌이에갇히는사태가벌어지고야말았단다

큰딸은그도모르고

"아부지,왜자꾸만한곳에서만뱅뱅도시는거유..저달도함께맴을도네유."

뭣도모르는소리를하면서큰딸은좋아라하는데

애들아버지는손이부르트고물집이잡히도록

혼힘을다해그소용돌이치는물살을헤쳐나와수변에배를대고나니

어느덧이렇게신새벽네시를넘어가면서

마을쪽에서새벽닭우는소리가들려오더란다

그렇게과년한딸과달밤에

배를타고달을완상하러나갈만큼다정하고도다감하던

애들아버지였는데

큰뜻을품어서울을오르내리며사업이랍시고

벌려놓은일마다

이리저리꼬이고엉클어지기만하였으니

돌아앉은세상사가스스로서러워졌을것

하모니카소리에

봄날을실어

달밝은조각배위에

봄날을실어

보리밭이랑보리피리소리에

이야속한봄날을실어

그렇게모든시름

띄워보내고싶으셨는가보다

그때는고되고매서운시집살이에

이도저도모르고살았지만서도

이제는알것다

그봄

애들아버지의청춘에서

안타까운봄날이저무는것을…

……

잠시설핏잠이들었는데

어느결에둘째아들이라는중년남자가찾아와

내귀에대고속삭이는소리가들린다

"엄니,조금만지둘려유.휄체어로모시고나가봄님을만나게해드릴께유."

아..나는분명들었다

다정다감하던

애들아버지의따스한그음성을..

당신

어디계신겨유?

나좀데려가주세유.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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