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 저편 (8)

어슴프레눈을뜨니

내손을부여잡고뚝,뚝눈물을쏟는

한중년남자가보인다

누가

무슨연유로

아무도없는병상머리맡에서

이리도굵은눈물을흘리는지모르겠다

아직날이밝으려면한참이멀었는데

이양반은무슨사연으로전혀모르는생면부지인내손을

꼭잡고는느껴우는지모를일이다

방금꿈속에서애들아버지를만났다

강건너저편에서나를오라고손을내미는데

그손을잡으려고막강을건너가려는데

강가에서그만넘어지면서

손을짚었는데손등으로강물이흥건하였다

눈을떠보니이렇게모르는중년남자의눈물에

내손등이다젖도록흥건하였다

…….

아이가죽었다

이제옹알이도하고방실방실웃기까지하는데

온나라가

그만돌림병이돌아서

우리마을까지휩쓸고지나가고야말았다

모진세월을참고견디게해주었던

내삶의가느다란끄나풀이었던내아기가죽었다

젖내가폴폴풍기던귀여운몸짓도하지않는다

체온또한싸늘하여

아가볼에내볼을한정없이비벼대는데도

더욱찬기만전해올뿐

아가의고개는점차뒤로제껴지고

두팔도힘없이늘어져서내젖꼭지를물려도

미동도하질않는다

코가오똑하니이목구비가또렷하고

귀염성있게얼굴이잘나서동네여인네들마다

집으로아기구경을오곤했는데그것이그만사단이난것이었다

돌림병이마을에돌자

시아버지께서대문을닫아걸고

금줄을치고사람출입을금하게했지만

이미아가는신열이끓어서까뭇까뭇자지러지곤했다

시어머니께서부엌을들락거리시며

쌀미움을끓여서화롯불에뎁여놓고시시때때로

유리대롱으로연결된젖꼭지를물려보지만

영힘이없는지대롱으로올라가질못하고

아랫쪽에서오르락내리락하다가

맥을놓고야말았다

미음을내입에넣고오물거려서아가입에밀어넣었지만

채입안으로흘러들어가질못하니이를우찌하면좋단말인고

하룻밤을채넘기질못하고

이신새벽에그만명줄을놓고말았다

울음도나오질않았다

끅,끅,딸꾹질같은것이나오면서

아무것도먹지못한입안으로소태같이쓴물이

목젖에서넘어왔다

숨이턱턱막혔다

애들아버지는어디로나갔는지

며칠째집에들어오지도않고감감무소식이다

야속한사람이다

아..내가죽어야하는데

자식을건사치못한이에미를누가용서할것인고

차라리내가아가를대신하여죽었으면..

………

누가내목으로흰죽을숫갈로넘겨준다

눈을가늘게뜨고올려다보니

아까그중년남자가가지도않고숫가락으로내게흰죽을떠넘기다가

그도내가넘기질못하자이번에는물을떠서

내게입안으로흘려넣어준다

밤내

뒤숭숭하니옛날꿈을꾸느라고

목이많이말랐었는데

참고마운사람이다

날이부염해지면서

간병인아주머니들이병실로들어왔다

우루루내침상으로다가오더니내볼을때리면서

내이름자를자꾸부른다

정신이자꾸흐려진다

나락으로떨어져가는아뜩한현기증으로

혼미해지는정신을가다듬어보려고애를쓰면서

소리를치는데도소리가돼서바깥으로나가질못한다

내운명은왜이리기구한것인고

어려서부모님을잃고외롭게꽃다운한시절을

슬픔에젖어보내고

이리또자식을앞세워먼저보내야하는

이운명은왜이리모진세월뿐이란말인고

보고싶은친정어머니

아버지

홀로친정에남겨둔불쌍한내동생

아가야,

내아가야

오장육부가끊어지고

애가시커멓게타서재만남도록불러봐도

돌아오지못할친정부모님과

내아가

아,

애들아버지는대체어디가신겨유?

왜이리도소식없이내곁을떠나가셔서돌아오질않으신데유

어디계신지말씀좀해주셔유

야?

저안개자욱한길은또어디여유

저길을따라가면애들아버지를만나나유?

애들아버지어여나좀데려가줘유

나..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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