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출가
어느해초봄

젊은날의고뇌와번뇌를가득안고서

찾아들은산사

친구가학생운동을하면서쫓기듯찾아들었다가

머물렀던산사를친구를만나러몇차례찾아갔었던산사

훗날그곳의인연이내게로다가왔다

무언가모를정체성을잃어버린방황

그로인하여떠난방랑

모든것이내게서돌아앉은듯한외로움

도대체가견뎌내기가힘들었다

책몇권과

짐을간단히꾸렸다

완행버스에서내려서미루나무가늘어선신작로의

잔설이희끗희끗한길을시오리걷다가

산길로접어들면서산사로오르는길이나타나고서야

길가에털썩앉아한식경을홀로생각이깊어졌다

깊은산속에서의

끝없이깊어지는생각은더욱세상과

고립되어갈뿐이었다

스님은아무말씀도하지않고

잿빛승복을내주었다

머물러있기보다는나를담금질하고싶었다

스님들과의생활을똑같이함께하였다

새벽세시에도량석목탁소리가울리면

대웅전에서스님들과아침예불을드렸다

그리고아침공양

부처님께음식을올리고밥을먹는다는뜻의공양

몸을살찌우기위해먹는것이아니라

불도를이루기위해서육신이필요한약으로의공양

오전시간에는불경에대한서책

점심공양을하고는오후에는참선에들었다

결가부좌는무릎이엄청아팠다

반가부좌로해도아프기는마찬가지였다

차라리무릎을꿇는편이내게는훨씬수월하였다

점심공양후에는잠이무섭게쏟아졌다

벽면수행을하다가죽비로어깨를맞고는화들짝깨어나면

엇찔거리던문지방너머의바깥풍경

젊은스님들과차를나누던저녁이면

불교적인이야기에부터시작하여

우주를아우르는광활함과

젊은날의공통분모된고뇌를함께이야기하였다

사흘째되는날

젊은스님들과

철야정진에들기로했다

일천팔십배를한다고했다

스님의목탁소리에맞춰"석가모니불!"이라고외치며절을했다

제일먼저무릎의감각이없어지면서

온몸으로땀이비오듯쏟아졌다

방석도이마에서흘러내린땀으로축축했다

어떻게시간이흘러갔는지몰랐다

먼동이터오기시작하면서

철야정진이끝났음을알리는목탁소리가울렸다

갑자기내안의깊은곳으로부터

뜨거운것이치밀어올랐다

그리고눈물이쏟아지기시작하였다

끝간데모를고뇌와번민으로부터벗어나는

깊은참회의눈물이었으리라

가져간몇권의책은사치였다

단한장도넘기지못하고

불경만마음깊숙히담았다

삼십년저편

잊지못할젊은날의

나흘간의

짧은출가

강원도산간으로

폭설이내렸다는

이저녁

적멸보궁월정사로단기출가를떠나는

당신이염려가된다오

가게를운영하느라

몸살까지겹친상태로어찌출가를감행할것인가

그것이여간염려가되는것이아니오

동네의원에서링거수액을맞으면서까지

출가할채비를하는당신과

어머니를찾아뵈면서

당신이어머니이마를쓸어올리면서

사랑해요,어머니..하는

당신의부드러운목소리를

곁에선나도

꿈결인양들었소

언제부터인가

산사에들어템플스테이를함께결행하고자

몇해전부터벼르던세월이

어머니의치매로십년

이제는중환으로인하여

자꾸만뒤로미루기만했던일이었소

이번월정사단기출가에많은불자들의신청으로

별기대를않다가

선택되었음의전화를받고기뻐하던당신

이렇게떠나게돼서여간다행스러운일이아니오

그간겨울추위가머물러있는겨울산사로

떠나는당신을생각하여빈틈없이

준비를완벽히하는데일조를하느라고했는데도

내정성이많이부족했나보오

그저폭설마냥쌓이고쌓인적설의무게를

일주일동안거에내려놓고

가붓한마음으로돌아오시구랴

살면서벼르고벼르던

최고의7박8일간의출가가될것이오

많은思考와사유가깃든

단기출가를마치고

돌아오길바라오

-당신의지아비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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