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 나들이

오랜만의처가나들이로

엊저녁세찬빗속을뚫고상경하여

한밤을자고일어나니

창밖의수락산높은봉우리에눈모자를썼다

큰처남은

일찍일어나뒷곁에미나리깡을만드시느라

삽질을하시며

텃밭에씨앗을뿌려서

봄의파종을준비하여

씨앗을사오셨다

직접다듬어놓으신텃밭에봄기운가득

기름이자르르흐른다

남산골에차를주차시키고

케이블카를타자는

처가식구들

중간에마음이바뀌어

가파른계단길을운동삼아오르자는의견의일치로

간만에남산길을성큼,성큼앞서올라

봉화대아래옛날복식을입고

위엄있게도읍을굽어보다

양지바른남산중턱간이의자에앉아

숨을고르며휴식을하는안해

그뒤로봄볕이참따사로운

좋은날

남산타워에서내려다보는서빙고쪽의너른벌과

유장하게흘러가는아리수

친환경전기차로순환버스를운행하기에

호기심으로올라보니쾌적함에

눈이스르륵,감겨온다

버스창으로지나가는

개나리의노란빛

무심히

세월이지나간다

아,

젊은날

무시로남산길을올라책더미에파뭏혀

지내던시절이버스차창으로

왈칵,달겨든다

저국립도서관에입장하려고

새벽밥을먹고도착하면

안중근의사께서자애롭게굽어보시던

도서관마당의긴줄틈에섞여

내줄까지입장하게되라고손을꼽아가며목을길게빼면

운수좋은날에는국립도서관의수많은장서속에들어

해가뉘엿뉘엿기울어

도서관창을붉게물들일즈음까지

書冊에들던깊디깊은행복됨

국립도서관에서짤리면뛰어서시립도서관줄에끼어들던

그설레임으로반짝이던눈망울들

그당시30원였던가?

멸치가헤엄치고지나간국에소금약간풀고

파몇개동동뜨던들척한왜간장맛의

식당점심국한그릇

그국물에차가운도시락밥덩이를퐁,빠뜨리고도

식탁에다책을펼쳐읽던눈

감각으로만먹던숫가락끝의구수한미각

그자취생시절의청년기가

남산길을돌아나오는버스차창으로지나간다

처가식구들과남산골한옥마을에들어

한가롭게뒷짐지고

옛날선비의심중으로거닐다

거의가일본말과중국말이현란하게오가는

인파들속에서우리옛것에대한자부심으로그들에게뿌듯해지는마음

오후3시에실제전통혼례가올려지는것을

시간상보지못하는아쉬움이컸다

초례청에차일이쳐지고

청사초롱이내걸린

입춘대길

오늘은한갓지고고요한

참좋은날

퇴계로한길에서

여기가거기였던가?

이쯤에서대한극장이있었던가?

대로변함흥냉면집에들어

줄을서서기다리다가

단숨에한그릇뚝딱,비운냉면그릇을내려보다가

국립도서관에먹던1970년대30원짜리의

그허기진맛에비견되지못함을

그윽히느껴본

妻家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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