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비 구름

왼종일내

과수원언덕배기꽃가지마다에

꽃망울을튀우려고

꽃바람이구름을거세게밀어가던날

맑은봄하늘에

수제비구름이북북서로

빠르게쫓겨넘어가다

급히흘러넘어가는수제비구름을

창넓은창가아래

책상에앉아

왼종일하늘을바래다가

책을읽다가

업무중간중간에

따순찻잔을모아쥐고

말발굽소리가득

마당을가로지르는꽃바람소리를듣다

한무리꽃바람이와와몰려왔다가

소란스레또와르르지나가는

희뽀얀봄마당을

팔짱을끼고

먼그리움에젖어

무연히바라보다

눈부신수제비구름이

남쪽에서흘러와

북북서로쫓겨넘어간날

왼종일

마음밭에

말발굽소리

바람이잦아든저녁

마당으로나가먼데하늘을바라보다

아득히멀어지는수제비구름

저녁이드리운마당

꽃바람이한바탕수제비구름을몰고넘어간

고요한하늘저편

뜨락에서있는꽃가지에

하마매화가봉긋,

봉그렀다

산이온종일

흰구름우러러사는것처럼

그렇게소리없이살일이다

여울이온종일

산그늘드리워사는것처럼

그렇게무심히살일이다

꽃이피면무엇하리요

꽃이지면또무엇하리요

오늘도산문에기대어

하염없이

먼길에바래는사람아

산이온종일

흰구름우러르듯이

그렇게부질없이살일이다

물이온종일

산그늘드리우듯이

그렇게

속절없이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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