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한

내가남의아비가되어서

너희들에게이처럼누를끼치는것이부끄럽고

그래서내저술로써너희들에게속죄하고자하는것이다

-다산정약용-

귀양살이를내려와멀리에자식들을두고

귀양처에서남의자식들을가르치며

깊은회한에젖어쓴편지를

이신새벽에깨어일어서책을하는데

가슴한켠이서늘타

바쁜사람들도

굳센사람들도

바람과같던사람들도

집에돌아오면아버지가된다

어린것들을위하여

난로에불을피우고

그네에작은못을박는아버지가된다

저녁바람에문을닫고

낙엽을줍는아버지가된다

바깥은요란해도

아버지는어린것들에게는울타리가된다

양심을지키라고낮은음성으로가르친다

아버지의눈에는눈물이보이지않으나

아버지가마시는술에는눈물이절반이다

아버지는가장외로운사람들이다

가장화려한사람들은

그화려함으로외로움을배우게된다

-김현승의[아버지의마음]-

내가반성하는것은

아버지의눈에서눈물이보이지않는다고

아버지는삭막한사람이라고오해한것이다

나는아버지나이가되고서야

아버지가마시는술에는눈물이절반인것을

이렇게뒤늦게야깨달았다

아버지의가슴

한쪽에켜켜히쌓인그많은외로움을

애써외면한사실을이렇게반성하고

때늦은후회와용서를빈다

아버지용서해주세요!

하지만아버지는이미안계시다

어머니를뵙고

먼길을돌아오다가

길한켠에차를세우고

운전대에얼굴을묻고깊은슬픔과회한에젖다

왜이리긴세월을

불효만저지르고살아왔던가

다시어머니가슴에쌓인불효를

씻을수있는기회조차도없어진것에

눈물철철흘렀다

뼈만앙상하게남아

기억도멀어진지금사

자식인나를몰라보시는바에야

용서를빌어본들그무슨소용에닿는단말인고

어머니,

잘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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