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식이 형

고향동네이웃에살았던

윤식이형이죽었다

올해가환갑나이

이풍진세상을차마두고떠난것이다

어린남매를늙으신부모에게맡겨놓고

술에젖어살았다

알콜중독에무능력으로인하여

아이들은천덕꾸러기가됐지만스스로반듯하게커서

서른셋청년으로자라나직장인이되어

자꾸환갑잔치를차려달라는아버지를차마외면치못하고

올가을에잔치를하기로했는데

그만이봄날벚꽃같이지고말았다

점심시간에시간을내서문상을마치고

윤식이형이살던집에들렀다

그가남기고떠난

뒤곁으로수북히쌓인소주병

얼마나

이세상이외롭고서러웠을까

윤식이형늙은엄니가내손을부여잡고우신다

불쌍히죽었다고

누구도임종을지켜주지도못하고

홀로쓸쓸히눈을감았단다

내고향집이헐린자리

바로윗집

마당으로는

밑둥이잘려쓰러져누운벚나무에

쓸쓸히벚꽃이피었다

빈가지에매달리듯

목련도피었다

왔는듯가버리는

이봄날같이짧은한생애

윤식이형과의

유년의기억들이떠올랐다

저녁마다

윤식이형네사랑방으로

할아버지저녁진지드시라는심부름을

하루도거르지않고오르내렸던집

싸나운수탉이

쫓아와쪼아대던집

내게슬그머니누룽지를건네주던

정많던윤식이형

세월따라

함께늙어가며

나이들어고향을넘어가면

모르는사람쳐다보듯

게슴츠레멍하니

나를건너다보던

술에쩌든표정

그러다술한병사달라고손을내밀면

지폐몇장손에쥐어주곤했던

윤식이형

모든동네사람들이

등을돌리고상대해주지도않았던

윤식이형의

한많고서러운한생애

이별이다

이봄들어또하나의

눈물나는이별을보태본다

밑둥이잘려

마당으로길게누운벚나무에핀

벚꽃을손으로쓰다듬다가

이제는가고없는

내유년의봄날을조상하고

비틀거리는걸음으로

윤식이형네집을나왔다

언제나쓸쓸한빈집같았던

윤식이형

문상을마치고나와

헐리고없는고향집빈터에앉아

눈물한줌보태고야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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