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식이 형
BY glassy777 ON 4. 24, 2013
고향동네이웃에살았던
윤식이형이죽었다
올해가환갑나이
이풍진세상을차마두고떠난것이다
어린남매를늙으신부모에게맡겨놓고
술에젖어살았다
알콜중독에무능력으로인하여
아이들은천덕꾸러기가됐지만스스로반듯하게커서
서른셋청년으로자라나직장인이되어
자꾸환갑잔치를차려달라는아버지를차마외면치못하고
올가을에잔치를하기로했는데
그만이봄날벚꽃같이지고말았다
점심시간에시간을내서문상을마치고
윤식이형이살던집에들렀다
그가남기고떠난
뒤곁으로수북히쌓인소주병
얼마나
이세상이외롭고서러웠을까
윤식이형늙은엄니가내손을부여잡고우신다
불쌍히죽었다고
누구도임종을지켜주지도못하고
홀로쓸쓸히눈을감았단다
내고향집이헐린자리
바로윗집
마당으로는
밑둥이잘려쓰러져누운벚나무에
쓸쓸히벚꽃이피었다
빈가지에매달리듯
목련도피었다
왔는듯가버리는
이봄날같이짧은한생애
윤식이형과의
유년의기억들이떠올랐다
저녁마다
윤식이형네사랑방으로
할아버지저녁진지드시라는심부름을
하루도거르지않고오르내렸던집
싸나운수탉이
쫓아와쪼아대던집
내게슬그머니누룽지를건네주던
정많던윤식이형
세월따라
함께늙어가며
나이들어고향을넘어가면
모르는사람쳐다보듯
게슴츠레멍하니
나를건너다보던
술에쩌든표정
그러다술한병사달라고손을내밀면
지폐몇장손에쥐어주곤했던
윤식이형
모든동네사람들이
등을돌리고상대해주지도않았던
윤식이형의
한많고서러운한생애
이별이다
이봄들어또하나의
눈물나는이별을보태본다
밑둥이잘려
마당으로길게누운벚나무에핀
벚꽃을손으로쓰다듬다가
이제는가고없는
내유년의봄날을조상하고
비틀거리는걸음으로
윤식이형네집을나왔다
언제나쓸쓸한빈집같았던
윤식이형
문상을마치고나와
헐리고없는고향집빈터에앉아
눈물한줌보태고야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