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밥상

고향에는시방송홧가루가날려온통세상이노랗게희끄므레하니모내기가한창입니다.

논배미마다물을가두고나면백로가먼저와빠대고다닙니다.

점심시간인한낮에아련히들려오는뻐꾸기소리들으며

뒷짐을지고근처를산책합니다.

모내기용양수기가왼종일을물을퍼올리고송홧가루가물위로떠서다닙니다.

뿐인줄아세요?논밭둑지천으로어여쁜애기똥풀이깔렸습니다.

일찍찾아온여름더위로풀섶은벌써우거집니다.

처음에는황사인가고했던정체가송홧가루라고하니정겹기까지합니다.

가던길을잠시멈추고그늘에들어

눈부신계절오월을

젊은시절추억의노래로불러봅니다.

30분을산보하고점심을먹으러돌아와

과수원이보이는창가에서서복사꽃떨어진자리에

연록색으로덮혀가는과수원을무연히바라봅니다.

오늘의밥상은무슨반찬일까궁금합니다.

안해가싸준밥상의정성에

나는젓가락하나까지반듯하게예로써차립니다.

원체가바깥음식을잘못하기에

안해의정성을점심마다먹습니다.

가죽나물장아찌라나뭐라나

경상도에서는잘해먹는다는데

울충청도에서는듣도보도못했던밥도둑입니다.

밥상을맛나게마치고는의자를창아래에끌어다놓고

차한잔을하면서무연히오월의눈부신

풍경을끌어다가액자에담습니다.

그러다가시원한등나무아래앉아

책을꺼내읽으면점심시간이

알곡지게채워집니다.

어디밥만먹습니까?

정성도먹고

풍광도먹고

구름도먹고

향기도먹고

행복도먹고

사랑도먹습니다.

그리움에지치거든
나의사람아

등꽃푸른그늘아래앉아
한잔의차를들자

들꿇는격정은자고
지금은평형을지키는불의물

청자다기에고인하늘은
구름한점없구나

누가사랑을열병이라고했던가.

들뜬꽃잎에내리는이슬처럼
마른입술을적시는한모금의물

기다림에지치거든
나의사람아

등꽃푸른그늘아래앉아
한잔의차를들자.

-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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