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점심시간이면거니는길입니다

어느논은써래질만해놨고

윗배미는모내기를마치고

보리가익어가고

산꿩이두어번울고간자리에

뻐꾸기소리한나절구성지게들려옵니다

오늘은조금더멀리까지나아가봤습니다

이양기로모내기가한창인벌판을보며

고향땅이여기서얼마나되나..하는

동요를소리높여불러봅니다

돌아와창아래잔디밭에쪼그려앉아

잔디를손으로만져봅니다

옛날의깊은서정으로들어보고싶었습니다

해서

옛날소설책이광수의[무정]을읽어봅니다

중핵교적삼중당문고판으로

익히정독으로읽어본책을

새삼읽고싶었습니다

업무중간중간에티테이블에앉아

형식이와영채의눈물나는

상봉을지나갑니다

열어놓은창으로

참새소리가득들려오고

가끔씩하늘을지나는비행기소리

시계침소리에섞여소설속시대로가앉은듯아뜩합니다

글의행간마다에

60년대그풋풋한기운이서려

마음이아득하여눈을쉬려고

눈부신오월의햇살가득쏟아지는마당에서

녹음짙어가는과수원언덕배기를그윽히올려다봅니다

송홧가루가며칠날리더니만

뒷숲작은동산이더욱선명하니푸르러졌습니다

책속으로깊숙히들어가

60年代를걸어가는길가양으로

들척하니향기로운아카시아향가득풍겨옵니다

업무가길어져퇴근이늦어지기에

차로4분거리에있는선산으로향합니다

어머니무덤가가는길에

하얀찔레꽃이피어납니다

문득

어머니를만난듯

반갑다가애슬퍼지는마음

미풍에펄렁이는나무잎새에

마음을실어봅니다

선산에다다르자

가득피어난애기똥풀

막걸리한잔부어놓고

자리를깔고앉았습니다

저물어가는고향동네

높은뱅이

울고향을건너다보며

하염없는마음이되어앉았는데

까치가날아와발치께에앉아

한참을앉았다날아갑니다

어머니인가고

고개를들어날아간방향을

한참을바라봅니다

날이저물어가니

아카시아향이더욱짙게퍼져갑니다

자리를걷고일어나니

황혼녘을날아가는

새한마리

그날개끝에안부를얹어

그리움에게띄워보다가

저물어가는고향땅을무연히건너다봅니다

언제나

그리워하는마음은

멀고

또멀어

아득하고

아릿하여

애슬퍼집니다

고향뒷산에서

동네로내려가는길

유년을달려내닫던검정고무신길

자꾸만벗겨지던고무신짝을벗어들고

허리춤에바짝땡겨들고동무들떼로몰려댕기며

와아!~와아!~소리치며

저녁먹으러내닫던

언덕배기비얕길

그동무들다어디갔나?

저세상으로

먼저간동무들집에는

당신같이늙어가는

낡은집을지키며홀로살아가십니다

인사를드리려찾아들어가도

들일을나가셨는지

아무도없습니다

고향을지키는형찬이는

농약통을벗어놓고어디를갔는지

어린아들과고단하게살아가는홀로인생길에

해도해도끝없는농사시름함께깊어

담배꽁초만수북합니다

아,

고향무정입니다

하얀낮달이고향을지키는마을

아부지떠나가시고

아무도돌보지않는건조실도

함께퇴락하여

늙어가는고향

아카시아향만그윽히

고향마을을감싸고돕니다

높은봉우리마을뒷산에올라

먼곳을바라봅니다

고향무정이란옛노래를

부르며부르며

저물어가는고향마을을내려다보는..

가여운응시

이광수의소설[무정]속에펼쳐지는

아릿한슬픔이배인

황혼녘고향땅

무정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