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에서

멀리에계셔보고픈어머니

가버려서슬픈어머니

아득히먼곳으로가시고맞이하는

어머니의첫생신날

선산에올라따가운볕에

얼굴을내맡기고앉았으려니

눈이젖어온다

신새벽에일어나

추사의유배된마음으로

스탠드고요히밝혀놓고오래도록앉아

제주도귀양살이에서의처연한심사를읽다

좋은일궂은일가리지않고

바람에삿갓하나로인연따라오가네

바람에휘날리는흰머리3천길이고

속세티끌에시달린이몸60年이라

나는세상일잊으려자꾸술을마시는데

사람들은멀리귀양온것이가엾다며신선이라불러주네

두어떨기맨드라미

장독대옆에피었고

호박넝쿨은

외양간지붕위로올라가는데

외딴마을에핀꽃을둘러보노니

어리석은생각은

평생에잊어버리지못하고

붉은산수유가지

허연머리에꽂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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