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설천하 사기

[사기]는중국전기문학의효시로서

중국역사상위대한불후의명작으로꼽힌다.

사마천은죽음보다더한궁형이라는치욕을

꾹눌러참고고통을견디면서

대략13년에걸쳐총130권의사기를완성하였다.

어머니가돌아가시고미망의상태에서

그은은한아픔이수시로나를찌를즈음에

젊은날에익히접했던

투터운[사기]를다시만났다.

새벽마다일찍일어나책을읽고또읽으며

실의에서수월하게빠져나올수있었던것이었다.

손빈은병법에뛰어나서동문수학했던

위나라장군방연의시기를받았다.

방연은그에게죄를뒤집어씌워두다리를자르고

게다가그의얼굴에글자까지새겨

그가세상에얼굴을들고살수없게하였다.

이런상황에서그는대량을방문한제나라사신을찾아가

적극적으로유세함으로써제나라를떠날수있었다.

보통사람이라면억울하고서러워서땅을치고통곡해도시원치않을판에

육체적고통과정신적슬픔에자신을가두지않고

오뚝이처럼벌떡일어나침착하고기민하게대처함으로써

위기에서벗어난그에게경외감까지갖게되었다.

범려는월나라왕구천을보좌하여오나라에복수를하는데

가장중요한역할을했던사람중에하나이다.

복수를마치고나서구천은패자가되었으며

범려는상장군이되었다.

그때범려는구천의사람됨은환난을함께할수는있지만

함께즐거움을누릴수는없다고판단하고

나라의반을나눠주겠다는구천의제의에도가벼운보물만을챙겨

자신의가솔들을이끌고신속하게월나라를떠났다.

그의충고에도불구하고월나라에그대로남아있던

친구문종은구천에게죽임을당했다.

범려는사람과때를잘알고결단력이뛰어난사람이었던것같다.

그래서자신이이제껏가지고있던지위와재산

그리고나라의절반을주겠다는제안도털끝만큼의흔들림도없이

욕심을버리고홀연히월나라를떠나살길을찾아갔다.

조나라의인상여는진나라의15개성과

조나라의화씨의벽옥을바꾸자는제안을받고

강대국인진나라에사신으로간일이있었다.

그렇지만그의기백과용기로화씨의벽옥을뺏기지도않고

진나라의침략도당하지않았다.

또한번은진나라왕이

조나라왕에게악기의연주를요구하자

힘이약한조나라왕은연주할수밖에없었지만

인상여는조나라왕앞에서진나라왕으로하여금

조나라왕을위해연주하게하였다.

이모두는인상여가자신의목숨을걸고

자국의자존심과실리를동시에지킨실례이다.

이런인물이야말로진정한외교관의본보기라고

할수있지않을까?

우맹은언변이뛰어난사람이다.

초나라장왕은말한마리를매우사랑하였는데

평소그말에게비단옷을입히고

호화로운집안에서기르며

잠은침대에서자게하고

먹이는꿀을잰대추를주었다.

그말이병들어죽자

장왕은신하들을보내말을대부의예로써장사지내게하였고

이명을거역하는자는사형에처하겠다고위협까지하였다.

이말을들은우맹은곡을하며장왕에게임금의예로써

말을장사지낼것을청하였다.

말의입관에서부터사당을세워제사를지내는것까지

장사의예절을세세히이야기하다

마지막엔왕이사람을천하게여기고도리어말을귀하게여긴다고하였다.

장왕이우맹의말을듣고부끄러워하며말의장례를취소하고

사람들이그말을먹을수있도록하였다.

백성이죽을때는그런호화스런장례를치뤄주지않으면서

한갓미물에불과한말에게장사를치른다는것이얼마나기가막힌일인가.

이런상황을우맹은담소를나누면서

재치있게풍간하여왕이마음속으로깨우치도록하였다.

형가는연나라태자단의명으로

진나라왕을찔러죽이는임무를맡았다.

진나라로떠나기전

태자는행장을준비하고형가의출발을전송하였다.

태자와빈객들이모두흰옷을입고흰모자를쓰고형가를전송했으며

형가는친구고점리의축에맞춰구슬프고처량하게노래를하였다.

바람은소슬하고

易水는차가워라

장부가한번가면

다시는돌아오지못하리!

형가를전송하던사람들이모두가울었다.

그러나형가는수레에올라떠나면서

시종일관고개를돌리지않았다.

무도한진시황을없애야한다는사명감.

자객으로서약속을지켜야한다는의무감.

한인간으로서의생에대한미련.

죽음에대한두려움.

남아있는사람들에대한정등

만감이교차하는데도떠날수밖에없는형가의비장함에가슴이아려왔다.

손빈의오뚝이정신.

범려의결단력.

인상여의기백.

우맹의용감한재치.

형가의비장함.

[사기]를읽으며

지금까지살아오면서겪었던여러인생역정들을

다시금뒤돌아반추하게하였다.

[사기]속의수많은영웅호걸들이

개인의인생에서나이인간의세상에서

우후죽순처럼자신을뽐내며성장하다가

추풍낙엽처럼스러져가는모습을보았다.

[사기]는나에게

과거의슬프고억울했던일들에대해서는

위안이되었고

현재의생활에대해서는동반자가되었으며

앞으로어떻게살아야할지에대해서는

분명한이정표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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