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날의 단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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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

가끔씩별이나달이있는밤이면

섬아래벼랑에서는하얀포말과함께

야광체를발하며밤바다의파도가번쩍거리며

슬기를하곤했다.

그고요함속의일정한해조음에다시젖고싶다.

그섬에다시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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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중대본부는

창문을열면항상바닷물소리가들려오는섬이바라다뵈는

언덕배기위에얕으막히자리잡고있었다.

그곳헬리포트에서듣던청명한새소리며

해풍에스치는솔바람소리는

왼종일듣고앉아있어도지루한줄몰랐다.

일요일오후에는그곳헬리포트에모포를건조키위해널어놓았고

나는그위에누워책도읽고라디오도들어가며

하늘에흐르는구름모양을올려다보다가는

어느결에깜박잠이들곤했다.

행정반엔예하부대와연락망으로잇는

많은통신장비며무전기가있고

책상한켠엔일반용전화기가있었다.

톡튀어나온손잡이를몇바퀴휘리릭!돌려서

수화기를들면저편에서교환양이나와서는
경찰서며예비군부대를연결해주는

요사이는없어진구식통신수단이있었다.

상황근무를서게되면의례그전화기에매달려

교환양이책을읽어주는것도듣게되고

가끔그녀들의위문공연인합창을

화음의손색이전혀없는양질의수준급화음으로듣곤했다.

그때6명의아가씨들중에

유독노래실력은물론독서수준이월등히앞서는

시골에서는보기드믄문학파아가씨가있었다.

각자의별명이있었는데

그아가씨는<마징가>라고불렀다.

아마그때TV만화에나오던주제가를

자주익살스레불러서붙여진별명이아닌가한다.

자연스레이야기소재가

문학쪽으로자주옮겨감에따라

다른아가씨들이내근무시간에맞춰서
마징가라는아가씨를내세워주는아량을

이군인아저씨에게베풀어주곤했다.

그때유행되던한경애란가수의노래"옛시인의노래"를

그가을이오는길목의분위기와썩어울리게끔

가수뺨치게불러주곤했다.


어떤날엔얘기가길어져

그아가씨나나나다음근무자몫시간까지

서주는일이있을정도로많은진지한얘기가오가곤했다.

집안에서장녀라는것과

부모님은교회의장로로계신다는것

그리고남동생은서울에서대학을다니고있다는

집안얘기까지주고받는각별한이야기상대로발전을해갔다.

여고시절에

교내백일장에서장원을한자기작품을읽어주기도했고

나를위해일부러읍내서점에나가그즈음의신간서적을구해와

밤새도록읽어주는성의도보여주곤해나를감동시키곤했다.


전화로만수많은대화를나눴지

그때까지도얼굴한번보지를못했었다.

그렇게3~4개월이흐르며

그해가을이가는줄도모르게흘러가고있었다.

자연서로가보고싶어하는마음이서서히자리잡기시작했다.
만나보고싶다는내제의에

항상그녀쪽에서는부끄럽다며자꾸미루는형국이었다.

어찌어찌아이가사탕하나달라고졸라대는시늉으로

어렵사리가을이기울어가는

10월의끝이얼마남지않은때에

반강제적인허락을그녀로부터받아내게되었다.


하지만그때우리나라의역사에큰획을긋는

커다란국가적인비극이터졌고

그여파로전군에비상이걸리면서

모든외출이통제되는상황이되고말았다.

그러다보니전화상으로도못만나는시간이많아졌고

그럴심적여유마져도없게되었다.

비상으로정신없이보내는날들중에

그녀쪽에서국가의변란중에얼마나고생이많냐는

안부전화를받게되고일간한번시간을내보자는생각을하게됐다.


그때마침대대에전령으로나갈일이생겼다.

그래전화로시간과장소를약속하고

전령나갔다돌아오는시간에짧은시간이나마

서로얼굴을대면키로했다.

그날은서로의마음을알기나하는양

얇은첫살얼음이논밭에살포시얼어있었다.

대대본부까지는한시간반이소요되는비포장먼길이었다.
왕복세시간을군전령으로무료인완행버스를타는것이상례였으나
만남의시간을벌어볼요량으로유료인직행을타기로했다.

연육교를건너남면소재지정류장에내려

철모를고쳐쓰고총검을휴대한단독군장의살벌한복장으로

그녀와의첫만남이있을다실의이층계단을

한계단한계단밟아올라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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