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덧니주식회사>의봄맞이야유회행사는조촐하게치러졌고
그해의따스한봄은산과들에만오는것이아니었다.
그녀와나의가슴에도분홍빛의애드벌룬처럼두둥실떠서
이리저리봄산을넘나들고또넘어서찾아왔다.
그녀쪽에서자주전화가왔다.
그녀근무시간이면그녀의동료들이아예
참재주도많고재담도끊이는법이없이
꿔다놓은보릿자루모양별반말이없고내이야기를듣기만했다.
양지녁에무덤을만들고하염없이앉았는데
속눈썹끝에맺힌눈물방울에아주다섯빛깔을또렷이셀수있을만큼
그무지개가예뻐서울고
"아저씨도양지쪽에한번서보세요.그무지개가넘넘예쁘걸랑요."
그러면서도가끔씩말이끊어졌다가또흐느껴울었다.
다섯색깔무지개.
그녀의눈에촉촉히뜨던그무지개가이세상어드메쯤엔
필경있어줄께다.
산들바람이알맞게부는초여름으로접어드는좋은날이었다.
같은동료오양이라는아가씨집에서모내기를한다고
모(移秧)밥을먹으러나보고한번함께나오란다는전갈을전해왔다.
군대서는농번기대민지원의일환으로모내기를나가곤한다.
다른사병들은단체로꼭어릴때소풍가는날같이
굳이일요일에맞추려다보니모내기로선좀늦은시기였다.
그녀가근무하는우체국뒤수협건물을돌아송림사이에
있는우리가자주만나던그장소로나갔다.
사람들의눈에안띄려고길이아닌길을이리저리넘어서
얕은산과들을건너걸었다.
그녀는느릿느릿한걸음으로여기저기다참견을하며걸었다.
얕은산등성이를넘고보니그곳에는섬마을로는
"여~~전무!"
그녀의눈이크게떠지며눈물이그렁그렁해졌다.
그리고는걸어가며풀꽃반지를들여다보고
그렇게늦장을부린탓에논에도착하고보니모밥은그렇다치고
"모밥은어데가고허기짐만남았느뇨?"
그푸춧간집뒷뜰에서그녀와먹던순대국밥은맛이참기가막혔다.
땀흘리며먹다가달려가선푸들대며세수하던그샘가.
그뜰에내려앉던정오의맑은햇살.
그리곤고요.
넌즈시넘겨다보니다시들어거무테테한풀꽃반지를
해수욕장송림뒤언덕에있는
그때까지서로가한마디의대화도없이산길을묵묵히걸었다.
풀내움은코끝에알싸하고
그녀는저만치걸어가다
어여가라는내손짓에고개를주억이며
힘없이걸어가는그녀의머리위로는하얀낮달이떴다.
오랫동안꿈꾸었던얼굴들이
멀어졌다가또가까와졌다가그럴때마다
늘생각하는것-인생-
어떤일들이
수없이부딪치며스치고지날때마다
운명이겠거니숙명이겠거니생각한다는것은체념일까요?
아니면자위일까요?
시간이
흐르고쉴새없이떠나가는보이지않는무엇인가의행렬이
가슴을스칠때마다
그리운사람,보고싶은사람,멀어져간사람,
아!
나에겐
떨쳐버릴수없는벌판처럼아득한벗일
뿐이랍니다.
어떤들판엔
들국화가무수히피었을겁니다.
아저씨가즐겨찾으시는곳에는무슨꽃이있나요?
어떤가을이내려와앉아있을까요?
아저씬지금어떤사람들을그리워하고있을까요?
어디론가훌쩍떠나는사람들의무리를싣고바람처럼달리는
열차와,허공에퍼지는기적소리와,
빙글빙글씨앗으로만남아있는코스모스의긴겨울준비를
뒤꼍에서서구경하는축에속해있지만
가을바람엔
어쩐지고독이서린듯합니다.곱기만한하늘아래에
살고있음에도내겐알수없는아픔만일고있을뿐입니다.
누가말했을까요?
잊혀짐이란묻힘과도같은것이라고…..
서서히묻히고있을어떤슬픔을아무도
모르겠죠.-슬픈사실아픈현실-
슬픔을이기는현명한방법은(?)
오늘보다내일은더많이잊는작업에몰두하여
까마득히,아련하게잊어야할것만같아요.
능수버들의
작은옷자락이쉴새없이떨어지는천안의충무로와인터체인지까지를
여러날걸었습니다.
이젠잊겠어요.잊지못할일들까지몽땅잊겠어요.
그리고나혼자라도아저씨랑의이별을위로하면서
길모퉁이어디쯤엔가있을찻집에들러서따끈한차라도들어야하겠죠.
그윽한차향으로가슴을채우면서…..
그리고아저씨를환히웃으며보내드릴래요.행복하세요.꼭요.
오양한테서전화로아저씨의얘기를들었습니다.
잠시라도걱정하게해서대단히죄송합니다.
건강하게열심히잘크고있습니다.
아저씨건강하세요.슬퍼요.이젠다시만날수없겠죠?
무용이집에갔던날이어제같은데……건강하세요.
건강하세요.
-아저씨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