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생각

어머니떠나시고

가뭇없이가버린세월이아득합니다.

풀섶우거진선영에엎디어

풀들을쓰다듬어보는날들이많습니다.

그렇게가실길이셨으면서

불효막심한저를나무라지도못하시고

그렇게말도없이가셨는지요.

제마음의기둥으로계셨던어머니

그렇게떠나신다음으로자꾸먼산을바라보는버릇이생겼습니다.

산마루에뭉게구름이피어오르거나

비가뿌옇게산마루를덮어소나기내린저녁이면

더욱붉어지는황혼을가슴가득안고퇴근하면서

어머니생각이떠오곤했습니다.

꽃피는계절에가시곤

이렇게한계절이지나갑니다.

이젠거실의운동기구가들어간
어머니방문을슬몃열어보고는
아직도어쩌지못한
십자가고상과성모상앞에꿇어앉아
생전에치매깊으신중에도하루도거르지않았던
자식들을향한기도의헤아려봅니다.
아직도어머니의흔들의자를치우지못합니다.
그것을차마어디로치워야하는지요.
아직도어머니의온기가배어있는듯
앉아보곤합니다.
혼잣소리로어머니께향한못다한말들을해봅니다.
노래부르길엄청좋아하셨지요.
옛노래는모르는노래가없을지경으로많이도아셨지요?
어느해인가KBS에근무하시는
어느지인께서어머니를위하여[가요무대]에초대해주셨지요.
아나운서가막간의촬영공백시간에
객석에서유난히연세가깊고흥에취하신어머니께
노래를청하셨지요.
저는당연황포돛대를부르실줄로만알았는데
의외로노란샤쓰사나이를부르셨습니다.
무대의가수보다더욱큰박수세례를받으셨습니다.
녹화가끝나고김용림이라는여가수가어머니께
다가오셔서사진을함께찍으며
곱게늙으신어머니께덕담을한아름안겨드렸었지요.
테래비로보던가수양반을이렇게가차이서보니좋다..라고
함박웃음을지으시던그날
내려오는차안에서흥이걷히지않으셔서
에미가청하시는정선아라리며옛노래를쉼없이
몸을좌우로흔드시며부르셨지요.
경노당에서어쩌다노래를부르시면
노래를시기하여퉁박을주곤하던뚱땡이할머니를
참많이도서운해하셨지요.
유치원생을둔학부모면찾아가두둔이라도해드리고싶었지요.
그섭섭해하시던표정을애써외면하면서
점점더심해지시는치매로주간시설로옮기시면서
노래도가끔부르시며좋아라하셨지요.
자꾸노래시설이며운동기구마져도서울서
지하철역장하는큰아들이사서내려보낸것이라고
다른양반들이용에텃새비슷하게억지를쓰셔서맴고생을사셨지요.
속이상하시면바깥으로나가질경이를뜯어오셔서
제손으로건네실적에어머니의그온기가
좋았으면서도짐짓어머니를책하였던
못난애비의악역에또서운하셔서방문을닫아거시곤하셨지요.
그예끈점차더욱깊어지시는치매로그곳마져도적응치못하시고
옮겨가신주간시설에서무던히도맴고생하셨던어머니를
자식된심중으로이러저러말씀으로
어머니편을들어드렸어야함에도
그러질못하였습니다.
유치원생마냥차를타고오가는그길을
북한삼팔선까지갔다와야하는
먼길이라고투정아닌
투정으로운전하시는양반께심한말도하시면서
가지않으시려고무던히도극진했던에미와도
아침이면입씨름을하셨던어머니.
그곳하늘나라에는어찌그리도수월히가셨는지요.
어머니,
그먼길을떠나시고는
어찌꿈에도한번나타나시지않으시는지요?
언제꿈에서라도만나손이라도잡아주시길바래봅니다.
아무리생각해도어머니평생
참못난애비였습니다.
이저녁
하염없이흐르는
어머니좋아하시던옛노래를틀어놓고
무연히어두워오는창밖을향하고앉았습니다.
그리고
이제쯤에는좋은세상으로가셨을어머니를
슬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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