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넘는 저 산 아래

구름넘는아득한산아래

그리운고향

그곳에는내국민핵교가

얌전히있는곳

고향에초동친구들뿔뿔히흩어져

귀밑머리희끗희끗육십고갯마루가닥쳐온다는데

코흘리개동창누구누구는영영우리곁을떠나갔다는데

찾아온핵교에는반가운교기가

펄럭,펄럭반겨주고

그옛날내동무가

손을들어나를반겨줍니다

세침떼기순란이는여태껏

교정에앉아책만읽고앉아서

내가이리오래간만에찾아온줄도모르고

책만읽고있는뒷태가옛날이나시방이나예쁩니다

꽃피던봄날에세상을버리고떠난진협이는

즐거운방학이됐는데도바부팅이마냥

책보를옆구리에끼고

핵교를왔습니다

올려다보면하늘에닿을듯하여

세상에서제일대빵으로큰나무라서

풍금소리아련히꿈결인듯들려오던음악시간에

게슴츠레졸린눈으로창가를내다보면

비행기가날아가다가걸릴까봐아슬아슬하던

저나무는왜저리작아졌는지

잠시그늘에앉아

기억을더듬어교가를불러봅니다

3개반에서벌써동무들아홉은영원히

하늘나라핵교로전학을갔으니

그아이들이보고싶습니다

내국민핵교동무

형찬이를찾아안골로넘어가는길입니다

길가에잠시차를세워

모교에서소사아저씨가되어

교문앞이바로집인송주사를만났습니다

밭에약을치러나왔답니다

바쁘기에멀찌기서손으로만인사하고

안골로넘어가는길로내쳐달렸습니다

밤새내린비로

습도가보태져날씨가엄청후텁지근합니다

이뜨거운태양볕으로

밭작물들이알알이알곡을맺을준비를합니다

고향산하는언제보아도

어머니젖가슴앞섶마냥포근푸근합니다

동구밖느티나무가시원하게마을입구를지키고있는

고향동무네동네에다왔습니다

형찬이,

안에있는가?

초복과중복에삼계탕을먹으면서

안해는자꾸형찬이친구를이야기했습니다

오늘삼계탕을끓여서친구와먹고오라고

심부름아닌심부름을시키기에고마운마음으로

조심조심엎질러질까봐살살운전하여넘어온길입니다

문앞에는정적이흐릅니다

엊저녁폭풍우가치면서야단법석날씨에

깻단이다쓰러져얼른베어세워놓아야한다고

깨밭에서낫질을하느라고바빠손폰도잘못받습니다

문앞에서몇번을불러도

아들은집안에있다는데대답이없습니다

안봐도게임삼매경으로헤드폰을쓰고는

인기척이없다는것을알기에그냥기다리기로합니다

고추농사도잘됐는지

태양초가제법실하게마르고

헛간으로쏟아지는한낮의뙤약볕이

등까머리를뎁힙니다

몇번의부름에알아듣고튀쳐나와

제놈아부지를부르러밭으로달려갑니다

슬몃집안으로들어가는데

어린아들과둘이살아가는살림살이들이

옹색하니어둔집안에서

나를맞아줍니다

아이가국민핵교적부터

핵교운동회마다학부형엄마를자처하여

안해가몇차례김밥을싸들고아이와포크댄스도함께추고

사이다에피자도함께먹곤했는데

어느덧어엿한고등학생입니다

어느덧집담장으로

풋대추가익어가는고향입니다

절기는어느새

내일모레가입추입니다

베던것을마져베고온다기에기다리다가

도와주러밭으로찾아갑니다

엊저녁양동이로쏟듯내린폭우로

밭고랑이한강물입니다

친구가내준농약상모자를비껴쓰고

숫돌에낫을벼르고깨를벱니다

그래잖아도습도가득더운날에땀이비오듯합니다

돌아와옷을훌렁벗고

샘가에서등목을하는데어찌나시원한지

숨이맥힐지경으로흐득흐득끼쳐옵니다

노동으로흠씬땀을흘린다음

샘가에엎드려등목하는순간만큼

더한짜릿한즐거움이

세상천지간에또존재할까요?

홀로갓난아기를안고젖동냥을해가며

외롭게살아온친구의세월이몇몇해인지

산산조각난꿈조각을맞춰보려고

무던히몸부림치며살아온친구의세월이

곁에서지켜보는내내안쓰럽습니다

셋이서둘러앉아복땜을합니다

친구는쐬주한잔가득따뤄단숨에마시고는

말복음식이아닌福음식이라고덕담을합니다

콩반쪽을나눠서먹는즐거움이

이런마음이겠지요

방바람벽에는다림질없는

후즐근한아이교복이걸려있고

고추를고르다가한잔하려고

놓은소주가보입니다

건강도잃어져병원을연신들락거립니다

술담배를금하라고충고를하기도안쓰러워

이젠한마디만하고입을닫습니다

친구를찾아넘어왔다가

집으로넘어가는길이면

언제나마음이납덩이같습니다

그저자주생각하고

생각나면불현듯넘어가곤하는고향동무입니다

허물어져가는고향집같은내친구는

점차아픈곳이많아지면서몸도늙어지쳐갑니다

그래도그외론인생고개를함께넘어갈

고향동무가옆에있다는것을

친구가잊지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술한잔으로묵묵히

술잔을마주치기만하고

입으로는말하지못하였지만

진득히사랑하고아끼는내그리운고향동무입니다

동네다른집에밤새비바람에쓰러진깨를베어주러

다시남의밭으로일을나가야된다기

자리를털고일어납니다

삽작거리까지배웅나오며

잘가라며인사를하는

쓸쓸한고향동무

구름넘는저산아래

친구를두고고향노래를소리높여

부르며부르며넘어옵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