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탁족도 (高士濯足圖)

이경윤(李慶胤),<고사탁족도(高士濯足圖)>,비단에담채,27.8×19.1cm,국립중앙박물관

선비가

계곡물에발을담그고앉아있다.

오늘같이무더운날인지

무릎까지바지를걷어올리고

두다리를꼰채발뒤꿈치를슬슬문지르는중이다.

풀어헤친도포자락사이로불룩한배가

계곡에나온차림새답게자유로우면서도

품위를짐짓지켜내면서

시원해보인다.

옆에는동자가호리병을들고서서

술병을대령했다.

저잣거리에서비켜앉아

은둔자적인삶을살아가는선비.

세상을등지고자연속에파뭏혀사는

선비에겐술을즐기는즐거움이

빼놓을수없는樂이었을터.

선비들에게술이란

갓끈바짝조여숨통막히듯한사회규범과체면에서

짐짓느슨하게갓끈을풀어놓듯

마음을높다란기상으로

치올리는묘약이다.

지금선비는속세를멀리벗어나서

더위를피해탁족을하면서

술을곁들여여유를한껏즐기는중이다.

탁족은본시

중국고전인초사(楚辭)의어부편에

창랑의물이맑으면

갓끈을씻고

창랑의물이흐리면

발을씻을것이다.

라고했다.

옛선현들은

물이흐르는자연의이치에서

세상의이치를찾았다.

잔잔한물에서는

평상심을..

구비구비돌아가며굽이치는물에서는

삶의순리를..

곧게내리쏟는폭포수에서는

꿋꿋한기개를..

옛선비들은

자연에서심신을수련했다.

오래도록

이그림을바라보노라면

더위와삶에지친팍팍한마음에생기가차오른다.

정신이맑아진다.

삶의진정한의미가무엇인지

행복의참가치를어디에둬야하는지를

짐짓일깨워준다.

삶에서중요한것은

결과가아니라과정이다.

출세가도가아니라

관조하며바라보는삶의방향이아니던가.

아흐!~

샤워를하고도등까머리로

금새땀이흐르는

이저녁.

덥다덥다하지말고

베란다소청마루에나앉아서책을하며

벽오금학도인양고사탁족도나자주들여다보면서

옛선비들의풍류가흐르는漢詩에나깊이들어

한여름밤의피서나즐겨야쓰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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