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산맥

핵교에서돌아오니

집안이조용하니아무도없다

아무도없는집안에서하릴없이뒷곁을돌아

부엌까지샅샅이살피는데

부엌부뚜막에앉았던파리들이일제히날아서뒷문으로날아간다

부엌빗자루를들고뒷문짝에붙은녀석들을일망타진했다

장독대곁에봉숭아가연분홍꽃을피우고

파리떼를무찌르는씩씩한나를다소곳하게바라본다.

작은누야는언제부터봉숭아물을들여준다고하고선에

맨날바깥마당에서동네누나들과

고무줄놀이만신나게한다

오늘숙제를해놓고놀아야겠다

헛간에서리아카를끌어다가그늘진마당가에놓고

거적떼기를위에다깔아놓았다

교과서와공책을내다가

침발라가며숙제를하는데자꾸연필이부러진다

곯아서그렇다

문화연필은글씨가잘써지는데

필통에넣고냅다뜀박질만하면영락없이연필이곯아서잘부러진다

연필심이단단한백두산연필은몽당연필이됐다

간신히손아귀를모아숙제를후딱마치고

리아카에누워팔베개를하고

초가지붕위에뭉실뭉실피어오르는뭉게구름을바라봤다

너무하얗게빛나서눈이부셨다

어찌나구름이커다랗게피어오르는지

구름위에올라가누워도푹신하니얹혀있을것만같았다

어느때는동물모양이었다가는

사람모습도됐다가

산수시간에배운도형모양도되곤하는데

어찌나재미있는지모른다

음악시간에배운노래를처음에는낮게

낭중에는소리높여불렀다

~~풀냄새피어나는잔디에누워

새파란하늘가하늘가흰구름보면

마음이저절로부풀어올라

즐거워즐거워노래부른다~~

그런데자꾸눈꺼플이무거워지면서

뭉게구름이다가왔다가멀어졌다가희미해졌다

하아아아아품!~

얼마만큼잤는지모른다

눈을떠보니동쪽먼뭉게구름이아까그구름이아니지만

이번에는붉은연분홍빛으로낮잠들기전하고는

또다르게예쁘게오동산산마루에걸쳐있다

볼따구니에침이묻었고

거적떼기우둘두툴한자국이났다

꼭옆집주열이동생엉덩짝을만질때마냥감촉이좋다

서쪽산마루턱위를피어오르는구름은

아직도눈부시게몽실몽실하늘을올라간다

해넘이재로밭일나간엄니는

오실려면아직도멀었다

리아카에서누워뭉게구름을올려다보면

하나도심심치않다

고무줄놀이로정신없는작은누나는클났다

저녁준비를하는것도모르고저렇게놀다가또혼날텐데

맨날혼나도오늘도또늦는다

참바부팅이다

작년가을에서울로시집간

큰누나는잘있는지

조치원으로담배왁꾸짜러가신아부지는

내일이면오실라나?

고등핵교댕긴다구서울누나네집으로올라가

서울사람된엉아는참좋겟다

???

하늘가로솔개가떴는지

닭들이구룩구룩,삐약삐약,난리가났다

진짜솔개란놈이하늘복판으로빙빙돌면서

구름위로올라갔다가

뒷동산자작나무숲뒤로넘어갔다가

다시하늘복판을빙빙돈다

닭장으로들어가

암탉날개쭉지속으로숨어들어가

꼼짝을안하는병아리들

갑자기온동네가조용하다

답사리무성하게그늘진밑으로

순자네똥개가또왔다

왜자꾸우리집으로놀라오는지모르겠다

맨날코를땅에박고다니다가

가끔씩나와눈이마주치는데

그때마다나는눈을무섭게부라리고

검정고무신을냅다던지는시늉을하면

꽁지빠지게수채구녕으로도망간다

할머니가가끔씩옥수수동가리를던져주곤하는데

그것에맛을들여자꾸할머니를찾아오나보다

맨날우리집에와서어슬렁대는나쁜노무똥개다

다시하늘위로한없이부풀어오르는

뭉게구름을바라보며팔베개를하고누웠다

엄니는언제나오신데나

어여밭둑찰옥수수를따서

앞치마가득담아와서

소쿠리넘치게잔뜩쪄주면좋겠굼서나

아흐!~

저뭉게구름위로올라가해넘이재넘어

밭에서콩밭을매시는엄니한데

야호!~소리를질러볼까?

서울로시집간큰누나한테

보고싶다고소리쳐볼까

엄마야,

누나야,

오늘같은날은

저녁바람시원한

저구름산맥에올라

동요나함께불렀으면참좋으련만…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