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일기 (벼이삭, 청포도)

3.

오랜古城을찾는일은

마음이정갈해지는일입니다.

좋은사람들과함께하는여행은

마음이풍족하고넉넉해지면서즐거운일입니다.

여행중에있는데전화가왔습니다.

매년찾아와반가운해후를하면서지내온인연입니다.

근처포도밭에왔다가우리를찾아왔는데

이렇게멀리여행중이라목소리만듣게되었습니다.

청포도가익어가는절기면울부부를찾아옵니다.

청포도를들고찾아왔는데만나지도못하고

청포도만맡겨놓고갔습니다.

이를어쩌면좋습니까.

십여년변함없이한결같은인연입니다.

청포도만큼푸르른마음입니다.

살다보면어떤인연은

세월의풍화작용에도전혀변함없이

서로찾아주고만나지는인연이있습니다.

그러면스스로가참잘살았구나..여겨지곤합니다.

시방고향에는벼이삭이

알곡차면서고개를숙이려고합니다.

논가운데

아무짝에도쓸모없는피사리는

벼이삭과같은세월을지내왔으면서도

고개를빳빳하게세우고건드렁거립니다.

건드렁피사리는짐승도먹지를않습니다.

시방

고향논배미에는

따가운가을볕아래

벼이삭이익고청포도가익어갑니다.

내고장칠월은

청포도가익어가는시절

이마을전설이주저리주저리열리고

먼데하늘이꿈꾸며알알이들어와박혀

하늘밑푸른바다가가슴을열고

흰돛단배가곱게밀려서

내가바라는손님은고달픈몸으로

청포를입고찾아온다고했으니

내그를맞아이포도를따먹으면

두손을함뿍적셔도좋으련

아이야,우리식탁엔은쟁반에

하이얀모시수건을마련해두렴

-이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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