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저녁

가을들어

나락을첫수확하는날

텅빈논배미에서서

무삼히세월을건너다봅니다

해넘이를바라보며

퇴근하는길

차를세워놓고길가에앉아

해가다넘어가도록앉아있었습니다

야속하니

가버리는세월저편

마음촉촉히젖어갑니다

하루왼종일

가을비가내리는

창가를서성였습니다

흘러내리는빗물에투영된

쓸쓸한내얼굴

돌아와

술한잔에마음을싣는저녁이

또젖어듭니다

엊그제해넘이를바라보며오래앉았듯

그렇게얼콰하니오래앉아

옛날을마십니다

이젠가고없는

야속한세월저편

눈앞으로다가서는

얼굴

얼굴들..

마음쓸쓸한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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