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일기 (샘가 등목, 잠자리)

4.

벌초를마치고집안제일큰형님이계시는

상탕골로땀에쩌든옷을갈아입을겸

등목을하고점심을먹으러

찾아갑니다.

칠순이신집안큰형님큰아들

그러니깐두루내조카님이

신부서품을받고는미국으로

유학을떠난지석달이다되어갑니다.

남매를낳아외아들을하느님께맡기셨습니다.

그리곤집근처공장에일을나가신지두어달이됐다고

흐믓하게낮술이취하셔서자꾸제게말씀하십니다.

아주참잘하셨다는

제칭찬을듣고프셨습니다.

큰목소리로한톤을높여

아주참잘하셨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집안동생들이샘가에엎디어등목을하는데

느껴서흐득,흐득,숨이멈출듯한

지하수찬물에기함을지릅니다.

등목이시원한집.

담장으로선비꽃이환하게

샘가를밝혀줍니다.

뒷곁장독대가얼마나어여쁜지한참을

뒷곁에머물러있었습니다.

가을볕아래서정.

한참을잊고살아온풍경입니다.

밥과나물등속을양푼에넣고

비빔밥으로점심을포만감으로달게먹습니다.

마당에는지열이오르지않게

잔디밭이니그또한시원한마당입니다.

그마당에서즉석으로임시종중계를열고갑론을박을한끝에

명년한식날전에선산납골묘역화를하기로

전격의견을모았습니다.

잔디마당에서서의견을주고받는데

마당자부랑대에잠자리들이

종중계를참견하려는지

한마리날아와

앉습니다.

잠자리가뭉개구름도불러와

마당가에두둥실

피어오릅니다.

아주고요히귀를귀울이며

듣습니다.

어디서또한마리가날아와

윗쪽에있는빨래줄에내려앉습니다.

잔디마당끝에도

또한마리가날아왔습니다.

그려..

허면명년봄이가기전에

각자얼마간씩을갹출을하여

선산을납골묘역화할것이니깐동생들도

연초구정날종중회의에많이들참석하길바라네.

이번에는전신주굵은줄에날아와앉은

잠자리가참잘한일이라고

내려다봅니다.

의외로중론을쉽사리모았습니다.

어렵다면어려운일을

이젠거의오십줄로접어들은집안동생들의

적극적인의견개진과협조로

생각지못하였던일을성사케되었으니

형님내외께서어제서울서내려와저희집에서

하룻밤을유하시면서추진한일이

좋은결과를얻게되었습니다.

구름아래앉아

함께기뻐해주는잠자리에게

그윽한눈길을보내줍니다.

집안일은의견을모으기가참어렵습니다.

그것을의외로빠른진척을보게된

형님의얼굴에가득찬기쁨을

잠자리날개에실어봅니다.

하늘

넓고깊어

점차높아가는

이가을.

집안종답과선산을

생전에일궈내셔서집안공덕비를받으신

할아부지께손자들로써면목이섭니다.

마침

할아부지제사가내일입니다.

참마음흐믓해집니다.

이렇게유지를받들어좋은중론의결과를

깨끗하게벌초를마친묘소에고하여올리며

제사를올리게됐지뭡니까.

안해가준비해간막걸리와

홍어무침으로시원한목넘이를한잔씩합니다.

어흐!~시원타.

각자서울로부산으로흩어져돌아가고

집으로돌아오는마음이

참가붓합니다.

이렇게수고스럽고

더운땡볕아래벌초를마친날.

샤워를하고선에

냉장고에서차디찬맥주를꺼내

한잔두잔거푸마시는

이짜릿한맛.

캬아!~~~~~~

자부랑대위

빨래줄이흔들리는고.

아님

곧았던빨래줄이

술기운에구불꾸불꼬였던고?

가을

높은하늘에

구름이흩어지는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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