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소풍 (저녁 포행, 밤불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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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을떠나저녁길을

오대산깊은산중으로길을잡았습니다.

고즈넉한

선방에들어

여장을풀었습니다.

소요한마음안뜰이

침잠에들어고요키그지없습니다.

사찰에서는

안해와함께하지못합니다.

이저녁

홀로묵상에드나드는마음또한

오랜만에나와대면케되는일입니다.

다기에차를끓여

입술에대이고앉아

선방에서바깥으로내다보는무연한눈길이

참좋습니다.

고요함으로

그눈길을따라갑니다.

살다가

살다가

이런분위기에앉아보는일은

여행길에서의아름다운소풍에다름아닙니다.

뒷짐을지고

느릿느릿서산마루를넘는저녁빛을따라

저녁포행을나가는길이고요롭고도참한갓집니다.

다리아래로

또하나의가을풍경이눕습니다.

동편숲길산마루에비친

저녁빛과물소리.

맑은

물소리.

그물소리를따라걷습니다.

그아래

명경같은물빛.

세속에얽힌

마음안뜰을훑어내리는

숲길에서의명징한숲향을그대는아시느뇨.

가끔은

산사를찾아

고요롭고

또고요로울일입니다.

고사목.

천년을살아

이제는무거운몸을쉽니다.

생각컨데

살아감이찰라였습니다.

내살아온

육십생애의아득한길을돌아봅니다.

저용마루에

모였다가흩어지는

구름한조각만도못하였던

한생애가

아릿하게명치끝을

아프게합니다.

고행의

먼길을에둘러

예까지오면서哀슬프기도했습니다.

저녁하늘아득한깊이만큼이나

아픔으로외로움으로

점철된

길.

모두가한낱

구름이모였다가

흩어지는일이었습니다.

나는지금

어느길위에서있는것인지

가늠이아니되는이우매함으로

또어느길을가려고하는지모르겠습니다.

한때는

인생길이저황금빛같이찬란했던

아득히멀어져간젊은날도

지내놓고돌아보니..

부질없음이었습니다.

이제사생각하니

다부질없는가벼움이었습니다.

불같이타오르던격정은

소리없이사그라지고

가붓한마음으로

삭아졌습니다.

생각사록

슬프기도하고

아련히그리워지기도합니다.

이한생애.

두고온인연들에게서

생각보다멀리아득히떠나왔습니다.

두손을합장하는

밤불례.

세월이

그리하여떠나온애슬픈길.

밤불례에들어

마음에우뚝한기둥하나를

세우려고합니다.

강릉에서부터

깊어지던

생각.

어둑한선방에들어

기진함으로

눕습니다.

밤불례

목탁소리가산중에퍼지면서

마음안으로감겨들어

푸근히다가앉습니다.

아무것도하지않고

가부좌를틀고앉아눈을감습니다.

문을닫고

불을밝혀어둠을걷어내니

집에서멀리떠나온여행자의旅愁가

밝은불빛아래일순다가앉습니다.

어둑한

문창살을하나하나세면서

유년의날들을하나씩호명해봅니다.

나를있게하신

내조부모,부모님께

밤불례따라삼배를올려봅니다.

온통

四圍는고요하여

옷깃을스치는소리만

사그락..사그락..

작은선방의

정적을가릅니다.

저녁기운차가운

이산중.

마음또한

서늘함으로

밤불례그친

선방아래뜨락을

조용조용거닐어봅니다.

마음

안뜰을

호젓히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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