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일기 (추수, 가을꽃)

6.

출근하는길이

논둑으로밭둑으로달려가는길입니다.

어릴적

새마을운동으로

국민핵교가는길에심었던

토종코스모스가

고향논밭둑가득

아침마다

어여쁜코스모스아가씨가

길양켠에서하늘하늘손을흔들어주는절기입니다.

낫이아닌콤바인이나락을베지만

가을의풍성한마음은

옛날이나시방이나

매한가지입니다.

저렇게벼베게를마치고

나락을세워놓는날

그저녁이면

햅쌀로밥을지어서

사기그릇고봉으로퍼주시는어머니가계셨습니다.

그저녁밥상에올려진쌀밥은

채씹기도전에

목구녕을스르륵,넘어가서

걍눈녹듯녹아버렸습니다.

고향집굴뚝에서는저녁연기낮게깔리면서

동구밖까지저녁연기가

스멀스멀깔리는

이즈음의

고향.

그저녁가마솥에누룽지는

또얼마나쫀득부들부들맛났는지

초가지붕처마아래에서

제비소리들어가며

야금야금.

그맛을시방어디가서찾는데유.

야?

아부지께서벼베기를하시다가

덜여물은고랑일랑은

낭중에며칠지나베려고

남겨두셨습니다.

형과나는낫을벼려서

나머지를수확하는그재미를

아부지께서어린우덜에게남겨주셨습니다.

이즈음의

고향땅언덕은

사방을둘러봐도

들판이자꾸넓어집니다.

코스모스아가씨가

늘씬하게키를자랑하며

긴목을하늘까지뻗어올리며

하늘하늘나좀보서요..나좀보서요.

꽃무더기앞에서

누구인들

어찌아름답다아니하렵니까?

점심을마치고

논가를걸어가며

코스모스를하나씩

손으로쓰다듬으며걷습니다.

손바닥에감켜드는

꽃의감촉을그대는아시느뇨?

꽃의행복을

그대는아시는고.

하얀옷을차려입은

코스모스아가씨는

흰옷을차려입으시고

동백기름자르르~가름마타시고

은비녀꽂으신젊은새댁울엄니가

오일장에가시는모습.

붉은코스모스아가씨와

귀여운나팔꽃아가씨.

읍내극장에어머니몰래

월남치마로성장을하고

까치걸음으로살금살금걸어가는

높은봉이동네누나들과

큰누나동무들.

연분홍코스모스아가씨는

친정으로신행을막다녀온

새색시연분홍치마.

해말간코스모스는

울국민핵교적

지지바들

얼굴.

늘씬고고한저자태는

양귀비보다더예쁜

코스모스아가씨.

아흐,

나팔꽃아가씨의

함초롬히앙징맞은

귀여움은모습은

내첫사랑

少女.

선영가는길

논배미를건너가는

논길코스모스아가씨는

울고모.

꽃잔치벌렸습니다.

논둑

밭둑

연못

길가

담장

뒷뜰

핵교

동산

차부

산소

곳집

언덕

온통꽃잔치가열렸습니다.

연못에핀

꽃이지고나면

까만열매가물아래로

주렁주렁열립니다.

까먹으면

처음엔감자맛이다가

팍팍한고구마맛이었습니다.

핵교에서돌아와

책보를마루에집어던지고

동무들모두벌거숭이가되어

연못으로들어가

허기진배를

허덕허덕채우던

고향연방죽입니다.

어머니가막걸리섞어쪄서

뽀얗게보풀어오르며작은솥단지에서

삼베보자기째김무럭무럭들어내던술떡.

그구수한술떡위에

고명으로듬성듬성

볼그족족박혀있던

맨드라미.

유년의고샅길을내달려

옛동무들을만나러가는길.

옆집주열이는폐암으로

저너미진형이는간암으로

방죽거리경수는바닷물에휩쓸려

저짝모퉁이진협이는9층에서하늘로훨훨날아갔습니다.

내놀던동산언덕배기에는

나혼자만쓸쓸하게

꽃밭을거닙니다.

어디갔나?

다어디로갔나.

초동친구들은

시방어디로갔나.

이번추석에는

막걸리몇병챙겨

내동무들을하나씩찾아가야지.

동무들무덤을다돌면

취해서어떻하나.

보고싶은내동무과

한잔두잔

마신술.

그술에취해

비틀거릴내마음.

쓸쓸한추석이

다가옵니다.

먼저하늘에올라

생각하면미워지는

초동친구들이

그래도또그리워

연못가에

무릎을세우고

퍼질러앉습니다.

진협아,

경수야,

진형아,

주열아,

아..스무살에하늘로간

남열이를잊었네?

미안하이.

사십년세월

하늘가저편에서

동무야,잘있느냐?

어머니,

엊그제산소에벌초를말끔히해드리니

시원하시지유?

아부지옆에계시니어떠셔유.

명년봄에쌍묘를만들어

나란히모실려고하는

늦되고늦된孝마음

용서허세유.

어머니장에가실제

따라가고싶어

동구밖지나

미루나무줄지어선

신작로까지

일정한거리를두고

살금살금따라갈제

장고개를꼴까닥,넘어가시는어머니를

애가타서다급히불쌍한목소리로부르면

보퉁이를머리에이고가던신작로복판에멈춰있던

울어머니의고운치마에꽃무늬.

저렇게잔잔히예쁜

저꽃잎들이치마한가득박혀있었어유.

어머니를뵙듯

장고개에서

저를돌아보시듯하여

어머니를낮게불러보다가

가을들판을향하여

손바닥을모아입에대고

나팔꽃한송이꺾어손가락에끼고

어머니를불러봅니다.

엄마,

어머니,

엄니!!!~

흐릿한시야.

갈꽃은

왜저리

한숨나도록

예쁘고또예쁘답니까.

할아부지할무니계신

고향.

아부지엄니계신

고향.

내초동친구들이있는

고향.

시방

고향에는

오늘하루내가을비가

보슬보슬.

그리움이

부슬부슬.

홀로부르는노래.

그리워그리워찾아와도


그리운옛님은아니뵈네


들국화애처롭고


갈꽃만바람에날리고


마음은어디고붙일곳없어


먼하늘만바라본다네



눈물도웃음도흘러간세월

부질없이헤아리지말자


그대가슴엔내가


내가슴에는그대있어


그것만지니고가자꾸나


그리워그리워찾아와서


진종일언덕길을헤매다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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