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추석날(달하나)
학교에서산만한분위기로오전수업을마치고집으로내달렸다.
서울에서오늘쯤큰누나가내려올텐데..
무슨선물을사올까?
집안에도착하니
집안아주머니들이오셔서
분주하게들음식장만을하시고계셨다.
집안에사람들이복작대니괜스레설랬다.
내일이추석날이니까오늘은작은추석.
엄니께서읍내장터에서내검정고무신을사오셨다.
어찌나좋은지코로냄새를맡아도보고
맨발에신어보기도했다.
알싸한이감촉이너무나좋다.
자동차바퀴그림이선명히찍힌<타이어>표신발.
얼마나신고싶었는지모른다.
봉당뜨락에있는누런지링이고무신은
뜀박질을하면금방찢어져서발가락이빼꼼나와서싫다.
실로꿰매도잠시뿐
너덜거리기는매냥마찬가지다.
그헌지링이신은
저녁판에바깥마당에서술래잡기놀이할때
마지막으로신고나면
굴뚝머리께에모아놓은쇠붙이와엄니의머리카락뭉치를합치면
엿장수아저씨한테솔찮게엿가락과맞바꿔먹을수가있다.
흐아~~
마당에는솥단지를엎어놓고
지름떡(부침개)을부치는냄새가구수하게진동하고..
웃마루에는아주머니들과누나들이
송편을만들며무엇이그리우스운지
가끔씩까르륵!!~웃음소리가터지곤한다.
안방에는할머니께서다식을만들고계셨다.
나무판떼기에참기름이잔뜩배인다식판은반들반들했다.
옆에쭈구리고앉으니
남자가이런곳에얼쩡대면불알이떨어진다고나가서놀라신다.
형은또어디로나갔는지보이질않았다.
형은요새못치기놀이재미에빠져서
손가락이짓무르게형친구들과열심히겨뤄서
한개두개따서연장통에다가보태곤했다.
그뿐만아니다.
구슬도장롱웃서랍으로한가득차서
열때마다챠르륵!~하는소리가듣기에좋다.
딱지는또얼마나많은지모른다.
형은학교를끝마치고집에만오면
저녁식사때까지온동네를휘젓고다녀서
맨날저녁마다나는형저녁을먹으러들어오라고
찾으러다니는일이장난이아니다.
오늘..
이런날도형은또없다.
할머니는빨리실한씨암탉을골라잡으라고
엄니께채근하시는데..
닭잡을형이없다.
저너미로가봤다.
공터마당에서형은열심히못치기를했다.
형에게몇번을조르고나서야슬슬집으로향했다.
마당가에늘어선답사리밑과
뒤울안둥근사철나무아래가닭들의쉼터다.
실한놈으로세마리를잡아헛간기둥에끈으로붙들어맸다.
창칼도준비하고대야에뜨거운물을담아샘가에놓고
형의용감무쌍한솜씨를침을꼴깍,꼴깍,삼켜가며기다렸다.
드디어
한마리를붙잡아내다가닭대가리를물에처박았다.
난겁이나서멀찌기마당화단가에앉아서바라봤다.
어찌나푸드덕대면서몸부림을치는지대야안의물이거의다엎질러졌다.
조금조용해지자
물에담그고선털을잡아뜯기시작했다.
어느정도뽑혔을까??
갑자기닭이후다닥!일어서는가했는데??
으..으..
그벌거숭이알통닭이샘가를몇발짝뒤뚱거리며뛰는게아닌가?
흑??!!~
난벌떡일어났다.
구경하던친척이며식구들이눈들을똥그랗게뜨며웃고들난리시다.
난웃음이나오기는커녕겁이더럭났다.
너무너무놀랐다.으..으..흐아!~~
엄마!!!!~를부르며안방으로냉큼들어갔다.
왠난리냐는할머니의꾸지람에
콩닥대는가슴을진정시키며
문짝창호지의작은쪽유리로내다보니
샘가소동이아직도계속되는것같았다.
따뜻한아랫목에앉으니엉덩짝이고실고실해진다.
가마솥군불로
훈기가득한방안에서
할머니가다식만드는모습을턱고이고엎드려바라봤다.
이제마음이진정되면서고소한다식냄새와참기름냄새가느껴졌다.
하아아아아..품!
졸음이슬슬밀려왔다.
아직잠들면안되는데..
오늘은신나는작은추석날인데..
방문을벌컥열어제끼며마루로나섰다.
매콤한저녁연기에재채기가나오려고콧속이갈근댔다.
에~~에~~엣취야!!!
윤식이네사랑방에화투치시러마실가신
할아버지께나가야겠다.
작은추석날(달둘)
대문께를나서며흘끗샘가를보니
형이씽긋히웃으며
어여와서닭잡아놓은거
구경하라고히쭉거리며으쓱거린다.
으..으..
무시하고바깥마당으로나섰다.
뒷집정애네앞마당삽작꺼리를지나는데
그노무무섭기로소문난숫탉이어슬렁거렸다.
아이들을보면쫓아와쪼아대며덤벼드는무서운숫탉이다.
벼슬도멋지게빳빳히세우고
뒷꽁지는교과서에서본공작새꼬리같이생긴싸남뱅이숫탉이다.
닭대가리를곳추세우고걸음마다좌우로흔들면서
눈초리는또얼마나거만한지모른다.
원체가동무들이무서워피하는놈이라서
실실피하듯이지나가려는데들켜버렸다.
거름자리에서먹이를쪼아대던놈이
나를바라보더니나를쫓아왔다.
처음에는아주천천히..
내가뛰니까제놈도뛰어쫓아왔다.
으..으..아까벌거둥이알통닭보다더무섭다.
닭놈들은왜맨날뛰어댕기면서무섭게달겨드는겨.
당최오금이저려서죽것다.
우..씨이~~
걸음아나살려라뛰다보니
윤식이네사랑방으로건너는
외나무다리까지왔다.
숨을고르고있는데
사랑채에서큰소리가새어나왔다.
윤식이할아버지목소리와
우리할아버지목소리가제일컸다.
무슨일이기에그러실까하며
사랑채봉당에올라문풍지에귀를댔다.
히힛!~
짜장면에국물이있느냐없느냐를놓고
말씨름을벌이고들계셨다.
슬그머니문을밀치고까치걸음으로들어섰다.
할아버지들의노인냄새와담배냄새..
왕골돗자리냄새가뒤섞여은근함을풍겼다.
할아버지곁에살그머니다가앉으니
할아버지가무릎을내주셨다.
화가잔뜩나셨는지허연수염이조금씩떨렸다.
긴장죽담뱃대를방가운데놋잿떨이에땅땅!~치시곤
쌈지에서연초를꺼내셔서말고계셨다.
얼른집에서하던습관대로담배를꼭꼭눌러드리고
지포라이터불을당겨드렸건만
집에서와같이칭찬도안하셨다.
다른할아버지들께서도말씀들이없이
애꿋은담배들만피우고계셨다.
험험!!할아버지의헛기침소리만사랑방의침묵을깼다.
분위기가영이상하여슬금슬금뒷걸음으로물러나왔다.
글쎄??..짜장면이뭘까??
뭔음식이기에국물이있느냐없느냐
저리들심각하신표정들이실까나?
터덜대며내려오려니마을초가지붕마다에
땅거미가어둑하게깔리고있었다.
대문에막들어서려는데형과마주쳤다.
서울큰누나가막차로내려오는모양이라고
마중나가는참이란다.
쫄래쫄래따라나섰다.
서울에서무슨신문사엔가다닌다는
큰누나가일주일에한차례씩어린이신문을보내와서
거기연재되는<홍길동>만화를엄청재미있게보고있다.
꼭홍길동이죽을위험에처하면서
앗!!!!~이라는외마디소리로항상끝을내곤
다음주로넘기곤해서
만화가신동우화백아저씨가
얼마나미웠는지모른다.
어찌나감질이나는지
어떤때는일주일내내신문만기다리며
우체부아저씨만보이면
냅다뛰어가서기웃거려보기도참많이했다.
어둑어둑해지는신작로를따라
방죽거리차부로나갔다.
아!..
막오동산꼭대기로
둥그런달이솟아오르고있었다.
여느때와는확연히다른..
샛노란달덩이가
둥~둥~솟아오르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