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일기 (서책, 가을편지)
BY glassy777 ON 10. 1, 2013
창밖의태양이눈부시게밝은
가을날의이른상오.
자주찾아가앉는
산책길을따라거닐었습니다.
이길은
시시때때로계절이변해가는풍경을
고즈넉하게펼쳐주는나만의내밀한산책코스입니다.
오늘은
업무가한가하여
안해가찐감자를으깨어다른부속물로
속을채워넣은우리밀토스트를은박지에싸서
물병하나와헤르만헤세의[향수]라는
젊은날에멋도모르고읽었던
책을다시옆구리에끼고
나선길입니다.
숲속엔바람소리
작은새소리.
높푸른아늑한푸른하늘엔
고요히멋있게떠가는구름의배.
나는금발의여인을
어린시절을꿈꾼다.
푸르게
넓은하늘은
내동경의요람이다.
그속에나는
고요한마음으로
따사롭게
복되게
나직이노래를부르며
생각에잠긴다.
-헤르만헤세의[향수]중에서-
길을나선김에
가을길을한가롭게걸어갑니다.
논배미가운데서
피사리를하시는村老가타고오신
빨간자전거가
가을입니다.
올여름내
수로에물이흘러
넓은벌논배미마다에
농부의가슴으로시원스레물꼬를터준
고마운수로도
이젠할일을다마치고
가을입니다.
천평리이장님의천평농장
저너른목초지에는
올들어벌써4모작입니다.
저푸른초원위에
그림같은집을짓고
사랑하는님과함께
한백년살고싶은
가을입니다.
칡넝쿨이
깊고넓은가을끝에까지
오르려나봅니다.
전봇대끝하늘로도
가을입니다.
발길이닿는대로걷다가
가을빛한가득내려앉은
마을로들어왔습니다.
대처로나갔던
자식손주들이찾아와
시끌벅쩍했던추석명절이
꿈결같이지나간
고향집.
고요히가을볕이찾아와
한나절을해살거리며놀다가
갈바람으로대문을살짝닫아놓고가는
가을입니다.
이젠옛날아부지같이늙어가는
하릴없는담배건조실도
가을볕아래앉아
담배만피우는
가을입니다.
마을은
사람그림자하나없습니다.
다들들일을나가셨나
삽작거리며마당으로가을햇볕만
가득히쏟아져내리쬐는
고향집의고요한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