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일기 (산밤, 은행, 과수원 배)
BY glassy777 ON 10. 4, 2013
날씨가하좋아
점심시간을넉넉히잡아
엊그제보다더멀리까지나아가
고향의나날을걷습니다.
마을들은모두가
가을볕아래깊어깊어
가을구만리까지
가을입니다.
채마밭이며
하다못해담장의갈꽃까지
눈이부실지경입니다.
마을안길골목쟁이를
고요히걸어가는시골살이행복을
이렇게가슴가득안아걷는
이마음안의행복됨의
짧게스쳐갈가을을
한껏가슴으로
안습니다.
걷다가토담아래쉬고
다시걷다가대문께따다놓으신호박곁에쉬고
가을볕이좋아자꾸걸음을멈춥니다.
걷다가걷다가쉬고..
낡아가는바람벽으로
쏟아지는가을볕
윗쪽지붕으로
눈부십니다.
담장넘어에빨래가마르고
갈꽃으로나비가나닐고
벌들이날아와한나절을노닐다가는
고향집담장.
가을은깊어
호박덩이세월로
고향은
늙어늙어갑니다.
변소간.
초가지붕은아니지만
삭은슬레이트지붕에앉은
가을볕도정겹기그지없습니다.
삽작거리.
흙바람벽고향집에서
할아부지께서걸어나오시고
할머니건너마을로마실가시고
아부지주막거리나가시고
엄니밭으로나가시던
고향집삽작거리.
바람벽.
정겹던
바람벽아래에서
한참을서있다가다시걸어갑니다.
대문안길.
조부모님
부모님생각에
아쉬움으로뒤를돌아다보며보며
또돌아다보며걷습니다.
고향안길에서만난
고향의인심.
다쓰러져가는집을뭐하러사진을박는데유?
옛날생각나게스리흙벽돌이보이길래유.
이산밤좀가져다삶아자셔봐유.
애써주우신밤을저를주시믄우짠데유.
영감은치매드셔서아무소용없구낭구하다주웠시유.
그래도이리어찌받는데유.
벌거지가좀먹었지만알이실해유.
야..고마워유.
뒷곁.
올해는
감흉년으로열리지않고
그냥건너뛰는해라서
기껏감너댓개매단
감나무입니다.
은행나무.
은행은주저리주저리
길바닥으로후두둑,지천으로밟힙니다.
냄새가고약스러워
아무도줍지를않습니다.
안길.
고즈넉한
고향안길을또걸어갑니다.
빈집.
가을이면저렇게
고향을버리고떠나간자리가
더욱쓸쓸합니다.
마당으로가득한풀이며
무너진담장.
처연스레쏟아지는
가을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