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묵은 친구
BY glassy777 ON 10. 6, 2013
서울서내려온
40년오랜지기와
또다른친구를찾아가는
경북상주감나무골.
길가논밭둑에감나무가
지천으로열려있다.
탱글하게익어
가쟁이가찢어질지경이다.
앞마당이포도밭이고
텃밭이감나무.
일찌기고향으로내려와
부모님가업을이어받아농사를짓는친구는
이렇게근동에서제일가는부농으로
논밭을포도밭으로일궈냈다.
포도밭을내려다보는
저흐믓해하는
뿌듯한표정.
포도농사의노하우를
다른사람에게는
절대비밀이라며
털어놓는다.
포도를수확하고난
빈들녘.
일전에
어머니돌아가시고만나곤
그후로반갑게만나
어깨동무를해보는
사십년오래묵은내친구.
서울서요양차내려온여동생은
산밤이지천으로떨어져
정신없이산밤을
품에안는다.
이렇게저온창고가득쟁여놓은
알알이익은포도상자.
산보를하면서
동네어귀를들어서면
낯선타지인인우리남매에게
포도를먹어보라고포도송이를슬몃쥐어주시는
마을어르신이계시질않나.
또마을길을걷다가
어느집을지나는길에
어르신께서마당텃밭에서
상추를솎아서가져다가먹어보라고
아주맛난품종의상추를
한아름안겨주시는
시골의후덕한
인심.
친구가
이제는동네이장이되어
부농을일궈가지만
그사십년세월을지켜보며
함께아파하고상처를어루만져주던
모진세월이아련히지나간다.
4남매를두고훌쩍
안식구가저세상으로가버리고난연후에
술로지낸모진세월의곡절.
다시좋은배필을만나
새로일궈낸
세월.
어느덧
낼모레면환갑인우리.
어디우리나이에곡절없이
순탄하게만살아온사람이몇이나되려오.
서울서불현듯하게
엊저녁나를찾아내려온
또다른40년지기는
위암으로대수술을받고
재발하여또한차례재수술로
100키로의거구가67키로로체중이줄어
왕년의씨름선수였던흔적은온데간데없이
모진세월십수년을병상에서
허덕이다가는그와중에
뇌졸증으로또쓰러져
사경에서헤메다가재활치료로
가까스로몸을추스른것이바로작년이라.
친구가결론에이른것
한가지.
친구는
서울에서제주까지전국백화점마다
화장품코너를운영하며크게일궈가던사업경영에서받는
도회지적경쟁사회에서끊임없이연속적으로확장되어지던크나큰
스트레스가제일큰발병의원인이었다는
결론을차근차근소상히털어놓는다.
그래도자식농사잘지어
아들은공부잘하던아버지를닮아
연세대장학생으로ROTC장교로근무하며
이미삼성그룹에스카웃되어진상태이니
이친구도모진세월은
다지나가지싶다.
참으로모질고
험난한세상살이를저리들
어렵사리넘어온우리네중년고개의가파름.
그길에서주저앉지않고
오똑이처럼다시일어나땅을짚어
다시금올려다보는하늘.
이얼마나찬란하던가.
밤새워막걸리잔기울여
눈가축축히젖어가며나누던
지나간날의우울증이며
불면증의고통으로지고새던
두친구의이야기.
우리들의
험난했던인생역정.
그리운황폐.
이제슬몃
논둑에다마른짚단놓아두듯
슬픔을놓아두고
다시먼길을달려가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