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일기 (안개, 고향역)

안개가

자욱한날.

끝간데없는

철길을따라어디론가

멀리멀리떠나고싶은날.

업무차

출장가는길에

고향역가는길근처에서

하릴없이이곳저곳서성여봅니다.

이렇게

가을은깊어

내마음도깊어갑니다.

열차가떠나가고

승객도떠나고

고즈넉한역사에는

역무원만남았습니다.

나도

저철길을따라

하냥없이먼길을떠나고만싶은

이쓸쓸한가을한낮.

아무도없는역사에덩그머니앉아

사람그림자하나없는

한낮의가을햇볕아래

아무의미도없는책갈피를

이리저리넘겨보다가

그냥가을볕과한식경을

노닐다왔습니다.

어머니도떠나시고

초동친구도떠나가고

그리움도떠나가고

고향역에

나만혼자남았습니다.

우편국에서

-유치환-

진정

마음외로운날은

여기나와서기다리자

너아닌

숱한얼굴들이드나드는

유리문밖으로

연보랏빛갯바람이

할일없이지나가고

노상

파아란하늘만이

열려있는데..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