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일기 (행복한 소경, 만월)

점심시간에

산책을하다가만난

농군부부의행복한소경입니다.

부부란무엇인지요.

소소한시골살이에서의저런소경은

바라보는사람마져흐믓한미소가떠오르게합니다.

안해는씨앗을심궈가며고랑앞서고

매꼬모자쓴지아비는끅쟁이로고랑을덮어가는

저농군의마음자리가이세상에서제일행복한것임을요.

늙으막에는

저렇게살아갈일입니다.

저렇게욕심없는마음으로

소박하고도행복하게마음밭일궈살아갈일입니다.

아마도

리아카를새로장만했나봅니다.

베니다판떼기로막짐칸을

만들요량인가봅니다.

그어떤고급승용차를뽑는다손치더라도

저농군의리아카를장만한기쁨에

어떻게견주려는지요.

국민핵교3학년무렵이었지요.

책보를옆구리에끼고설라므네

조합장아저씨가일본다녀오시며사다주신

멋지고튼실한필통소리딸그락거리며

집마당을들어서는데

저렇게쌤삥이리아카를마당에세워놓고

아부지는반떼기를톱으로잘라

짐칸을만들고계셨습니다.

책보를마루에던져놓고는밥먹는일도잊고는

내몽당연필을귓바퀴에꽂으시고는

이리저리톱질을하시는아부지.

높은봉우리3동네에서

단한대뿐이었던

저리아카.

짐칸에다꺼치떼기를깔아놓고는

그아늑한공간에서

숙제를하고

팔베개를하고는누워뭉게구름을올려다보며

음악시간에배운동요를부르다가

하늘중앙을가로질러오동산으로너울너울날아가는

황새들에게손가락총질도해대다가

졸음에겨워깜빡자고일어나면

볼떼기로우둘두툴하던

께치떼기자국.

엿장수폼새로동네한길로끌고나가면

동무들이부러워서따라오던

희뽀얗던동네안길.

리아카들여오던날.

그행복하신짐칸작업에몰두하시던

젊은아부지의상기되신그날의표정을기억합니다.

아마도저농군의행복에찬

그런마음과매한가지셨지싶습니다.

요즈음절기가참좋은때입니다.

저녁마다노을이아름답게

서녘하늘을물들이는데매일퇴근직전에

창아래에서서과수원너머로저무는

아름다운저녁풍경에드는쏠쏠함이그만입니다.

저녁노을은

마음을끝없는옛생각으로이끌곤하는데

그순간에수많은얼굴들이노을속에붉게물들곤합니다.

노을따라저세상으로먼저간초동친구.

불효만남겨놓고영영멀리떠가가신어머니.

천리밖으로먼하늘저편으로뿔뿔히흩어져살아가는천륜들.

보고싶은얼굴

보고싶은저녁때.

집으로가는길

동편으로떠오르는달이

너무도밝고교교하여

차를세우고는언덕에앉아

열나흘만월이두둥!~동산으로

떠오르는모양을넋없이바라봅니다.

이렇게

바람따라구름따라

이러저러살아가는

소소한시골살이의행복자리에다가

안해가살가운붓글씨교실친구님과종일내

배낭을채워온산초튀각의고소함에다가

탁배기한잔의어릿함.

그무엇을여기에다보태려오?

대장부살림살이이만하면되얏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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