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소풍] 창평 슬로시티 마을

이번여행의의미를

3박4일가을날의느림으로설정했다

감나무아래걸음새도느릿느릿

마음도느릿느릿

동네어귀도느릿느릿

먼발치께서

바라보고

답사리돌각담장아래에서

걸음을멈추고

느릿느릿

고샅길도랑을따라

바쁠것하나없이

느릿느릿

도랑물에손을담궈도보면서

담장을느리게느리게넘어가는가을볕

어느집담장아래사금파리

골목길에흰구름

어느처마아래서

발길을멈추고봉창을두드리면

그리운사람이얼굴을보일까?

뒷짐지고다시

느릿느릿걷다가

세월의더께를둘러친

고요로움속에오래머물러

아득히멀어진유년기를그리워하다

세월이너무빠르게지나가는시류에서

나는도대체어드메쯤을가고있나

어머니가된장을뜨던장독대도

어느세월에묻혀갔던고

가을빛가뭇한

봉당뜨락에서너무도쉬지나가는

세월을아쉬워하다

사람도가고

세월도갔지만

지금이라도부르면

금새내앞으로다가설것만같은

지난세월들

이렇게편리함만쫓아

바쁘게빠르게만살아가는것이

잘사는일일까?

마음을다치고서라도

다시금돌아가고픈세월저편의

느리게살아가는동네에들어

마음을어루고싶다

무너져간세월저편이

무삼히그립다

세월저편으로

내게서아득히멀어진사람들

마을안길돌각담장아래에서

그이름자들을하나씩호명해보노니

손을꼽아아득한세월을

애증으로멀어져간사랑을

천리밖먼곳을

그리워하다

할아부지

할무니

아부지

엄니

얘들아,

다들어디로간것일까?

모두다어디로가버린것일까.

전남담양

슬로시티마을을나오면서

詩한소절을

암송하노니

우체국에가면

잃어버린사랑을찾을수있을까

그곳에서발견한내사랑의

풀잎되어젖어있는

비애를

지금은혼미하여내가찾는다면

사랑은또처음의의상으로돌아올까

우체국에오는사람들은

가슴에꽃을달고오는데

그꽃들은바람에

얼굴이터져웃고있는데

어쩌면나도웃고싶은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가득담은편지위에

애정의핀을꽂고돌아들간다

그때그들머리위에서는

꽃불처럼밝은빛이잠시어리는데

그것은저려오는내발등위에

행복에찬글씨를써서보이는데

나는자꾸만어두워져서

읽지못하고

우체국에가면

잃어버린사랑을찾을수있을까

그곳에서발견한내사랑의

기진한발걸음이다시

도어를노크하면

그때나는어떤미소를띠어

돌아온사랑을맞이할까

-이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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