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소풍] 황토 바람벽, 구들장 편지
BY glassy777 ON 10. 24, 2013
울부부가여행을떠나
마지막날에반드시들러오는집이있습니다.
벌써다섯번을들르나봅니다.
시인안도현이시상에잠겨詩를창작생산하는
그황토방이기도합니다.
늦은밤길을더듬어도착하니
정든집마당으로홍시감이주렁주렁
열이례둥근달아래
또다른홍시달이동실동실뜨고있었습니다.
고속도로에서전화를드리니반가워하시면서
언제나같이등짝이고실고실하니
장작불잔뜩들여구들장을뜨끈뜨끈뎁혀놓았습니다.
재래식아궁이에서활,활,타오르는
저장작불을바라보는것이
이얼마만인지요.
고향에돌아왔습니다.
먼길을돌아이제사고향집에당도하여
서늘한갈바람을문풍지에바람벽으로막아주는
아늑한안방아랫목에앉았습니다.
여행이란무릇
여럿이서왁짜하게관광버스로갈일이아니었습니다.
빠르게여행일정에쫓겨우루루몰려다닐일이아니었습니다.
그것은여행이아닌관광일뿐이었습니다.
그저홀로아니면두엇이면족합니다.
느릿느릿
구름따라바람따라가다가
구름이머무는산능선아래에서
바람을따라가다가바람이머무는고요함에서
나만의참休를얻으면되얏지싶습니다.
해서저는안해와함께
또는생전의어머니나오늘같이여동생
이렇게두셋이서오봇한여행을즐겨떠나곤합니다.
황토에다가볏짚을섞어서
옛날식바람벽으로장작불냄새은은한방안.
안온한여행자의여수가저녁연기깔리듯
조수가밀려오듯아늑합니다.
주인장께서
단골네인울부부가온다고마당에서홍시감을몇개따다가
정든酒한병을준비하셔서방안에들여놓으셨습니다.
그밤중으로횟집에서농어회를주문하여
부안특산품막걸리를곁들여
한잔얼콰하니마셨습니다.
농어회가인절미같이쫀듯쫀듯하니
입에쫙,쫙,붙으면서씹히는맛이
제대로임자를만났습니다.
올해77세인주인장께서
왜이리오래간만에왔느냐고묻습니다.
어머니께서돌아가시고그세월만큼
이리늦게사왔다고하면서
그러는어르신은왜이리갑자기늙으셨느냐고여쭤봅니다.
뇌졸증으로쓰러져서울대병원에서간신히소생하셔서
새로시작한인생으로모든욕심내려놓고
유유자적고향집텃밭이나일구면서
살아가시는행복을절절하게알아가며살아가신다며
그예의정든주를내오시곤그좋아하시던술을
정작당신은한잔도못하십니다.
회에매운탕국물에밥을말아드시는일로
우리와함께담소를나누시다가
안채로들어가십니다.
살아가는일이아무것도아니라고
돈이고명예고무엇이건강에앞세워갈것이며
아둥바둥돈만을쫓아황량한도시복판에서살것인가고
오랜연륜과건강의힘든깔딱고개를간신히넘어오신
인생역정을담담히풀어놓으십니다.
저도
그말씀을이미깨달아
고향땅언덕위에집을마련하여
고향마을을내려다보며
산과들을바라보며
오손도손살아려니..
참행복살이가
이것이지싶습니다.
이제사
무엇을자랑하며
살아갈일인지요.
그저고향의나날속에
일기를적듯오오랜황혼길를
고향을그려가며글로적어가며살아갈지어이.
그렇게살아갈일입니다.
그렇게
여여하게사는것이
참행복이아닐까여겨집니다.
변소간에가려고나왔는데
반쓰벙을입었음에도구들장온기가온몸을감싸
하나도한기를느끼지못하여
그냥달빛가득한뜨락을이리저리서성이며
달을완상하면서
유년기의초가마을로돌아온마음이되었습니다.
이순간
찰라적행복을
세상살이금은보화그무엇과바꾼단말입니까.
얼콰한술기운과
배부르고등짝따신소박하고간결한
이행복에찬여행지에서의
홀로생각깊어가는
어스름고샅길.
홍시감이달빛을받아
운치를더하니
이것에무엇을더
욕심부려보태겠습니까.
사나이가는길에
이만하면되얏지싶습니다.
장작불을더디밀어놓고건너가셨는지
밤내깊고달디단숙면을취하고
기지개를켜면서방문짝을밀치니
맑고청랭한가을햇살이
마당으로퍼져갑니다.
아련히
희끄므레
꿈속에서어머니를뵈었습니다.
반가워서마주보며웃던
방금전의
새벽꿈.
이모두가황토방구들장
덕분이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주인장께선손이닿아따먹을수있는만큼
홍시를따서먹으라고하십니다.
홍시라는노래를흥얼려보는아침입니다.
홍시를보면어머니가생각난다는
나훈아의노래를불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