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히 좋은 날, 생일 상차림

엊저녁

미리미역을준비하고

참기름과조선간장을미리챙겨서

잠자리에들었다가일어나니

새벽4시.

오늘은

안해의쉰여덟번째생일이라.

이좋은날을우선

평소얼씬도않던주방에들어

이리저리달,달,달,

우선에담궈놨던

싱싱한미역부터건져놓고

안해가깰새라조심조심

냄비며쇠고기를준비하여냄비에참기름두르고

쇠고기를달달볶다가미역과물을붓고

다시끓이기시작하다.

조선간장으로맛을내야지제맛이지싶어

한국자넣고맛보고

두국자넣고또맛봐도

닝닝.

어라?이거이얼마나넣어야만하는고?

또한국자를넣으니쬐끔맛이난다.

다시팔팔끓이고나니

제법미역국냄새가난다.

생일상차림을위해

24시편의점으로가려고나서는데

단풍나무가막잠에서깨어나

아침인사를한다.

그래

오날은참말루다좋은날이여.

새벽안개자욱한길.

새벽길에서문득어머니를생각해본다.

작년까지는함께박수도쳐주시고

안해에게참고맙다고덕담도

유식하신단어를구사하여

안해를흐믓하게하셨는데

이제는단촐히둘이서

생일을맞는마음.

아이들이야

주말에내려온다지만서도

고얀히어머니안계신자리가쓸쓸타.

편의점유리창으로단풍이들었다.

돌아오는길은어머니자주나앉으시던

공원길로올라왔다.

내마음이쉼을얻는

안해가잠들어있는내집으로

옅은실루엣으로행복의커튼이쳐져있는곳에서

아늑히나를오라한다.

편의점에만단풍이들었더냐.

만산홍엽으로만단풍이들었다더냐.

여기이렇게

행복진그늘그림자에도

어여쁜단풍이든다는것을..

멀리

전국팔도로헤매돌며

단풍을좇아가려하지말고

집뜨락밤그림자로도

여여쁜단풍은피고진다는것을..

행복은

멀리가아닌

내발치께뜨락으로다가오거늘..

안해생일상을장만하는지아비의마음따라

스무이레눈썹달이수줍게

새벽하늘저편으로

숨는새벽아침.

현관문을열고들어서니

고소한미역국냄새가

가득하다.

아흐!~성공이구나.

아이들소꼽장난마냥

유치찬란한생일상이지만서도

안해가기뻐해주면참좋겠다.

오늘은

집안의태양(해)인안해의

생일인참좋은날.

치매어머니십년봉양하느라

참고생이많았소.

여보!

미안하고고맙소.

진심어린마음으로

생일축하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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