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그리운 모항

눈감으면무삼히그리운

어머니품속같은

모항

아늑한포구에반짝이는

은물결

십년전

변산반도로바이크투어를나와

적토마고삐를매어놓고

먼길을달려온노곤함으로

안해가싸준도시락을먹으면서

무연히건너다보던어머니같이

나를맞아주던포근한첫인상의

아름다운항포구

모항

십년전

푸른청년같은

그힘찬싱그러움으로

안해와환하게사진을박았다

어머니는가셨지만

어머니품안에다시안긴마음의

꿈속에서도그리웠던모항

사랑하는

여동생만바라보면애끈하다.

사별의아픔을아름다운모항에다

버려두고자따라왔을까?

잊어버리자고

잊어버리자고

바다기슭을걸어보던날이

하루이틀사흘

각자의마음을마실길에얹어

파도소리를들으며

걸었다

바닷길은이리아름다운것을

우리네삶의여정은저풍광만치아름답지를못하여

슬픔으로이어졌다가끊어지기를반복하며

길이끝난곳에서

또다시이어지는길을따라

묵묵히걸어가면서

아무렇지도않은듯

마치아무일도없었던듯이

걸어나아가는것이

우리모두의한생애가아니던고

아름다운저바다를

비상하는

외갈매기

한마리

얼마나외롭더냐

사랑하는내동생아

그냥웃자꾸나

어느옛시인의싯구처럼

왜사냐건

그냥웃자꾸나

아름다운저바다에

삶의뒤안길에서대책없이철철히흘리던눈물

모두거두어

저바다수평선너머

먼외딴섬

그섬그늘에다가

슬몃

감춰두고

아무렇지도않은듯

살아가자꾸나

살다가

살다가

또힘들고슬퍼지는날에는

여기모항에나들어펑,펑,울자꾸나

울자

내사랑!

너와같은모든중년들의

오십중반의나이를살아오다가보면

어찌곡절하나없이살아온

生이있다더냐

살다보면

아름다운인연이있나니

너같이순하고유하니살아가는

아름다운마음안으로는

분명아름다운인연이찾아들것이니

너무상심치말고

꿋꿋히너의길을가거라

이아름다운모항의마실길을걸어가듯이

묵묵히

그리고굳건히

아무도보아주지않는

이외딴해변길에도

아름다운들국화는피어나듯이

비록

지금은아무도너를보아주지않는

네팍팍한삶이지만

햇빛이밝으면

그림자또한짙은것이인생이거니

스스로를자위하여

살아가자꾸나

인생길

걷다보면

아늑한쉼을얻는

항포구를분명코만나는법이니라

망망대해를날으는

한마리새

고단한날개를접을

그좋은날을

기다리고

기다려

아름슬프게살자꾸나

잊어버리자고잊어버리지고

바다기슭을걸어보던날이

하루이틀사흘

여름가고가을가고

조개줍는해녀의무리

사라진겨울이바다에

아아~이바다에

잊어버리자고잊어버리자고

바다기슭을걸어보던날이

하루이틀사흘

잊어버리자고잊어버리자고

앞산기슭을걸어보던날이

나흘닷새엿새

여름가고가을가고

나물캐는처녀의무리

사라진겨울이산에

아아~이산에

잊어버리자고잊어버리자고

앞산기슭을걸어보던날이

나흘닷새엿새

-조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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