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冊] 노르웨이의 숲 – 무라카미 하루키 –

새벽6시면어김없이기상하여

서책을하거나또는글을쓰거나

운동을나가는아침의시작

아이들이제넘엄마의생신축하를하러

서울서내려오거나명절에다니러오며는

언제나새벽까지두넘이

뭔이야기가그리도많은지

형제간에두런두런

엊저녁도

새벽3시가넘어서야

나또한아이들과이야기를나누며어울리다가

안해가먼저들어가고조금더있다가안방에들어가누웠다가

정확히05:45분에잠이깨어일어

서재로꾸며놓은

어머니방으로건너가

밝은조도의불빛아래에서의깊은서책

좋은절기인요즈음

여행하랴

가을들판으로빠대고다니느라밀쳐두었던

무라카미하루키의소설

[노르웨이의숲]을

평소습관으로

속독으로가아닌

정독으로느릿하게곰씹듯읽어가다가

잠시눈의휴식겸

바로옆거꾸리에매달려

5분

또다시한참을읽다가

거꾸리에다시매달리길반복

허면

편한독서자세를유지코자

서책을하면서

발판으로삼아맨발의감촉을음미하는

트럼펫케이스의질감이

발을타고올라오는데

상상이상의감촉으로

보드랍게

아주편안히발을감싸안는것이었다

평소안해가사경을필사하면서

연필소리사각사각

고요속으로드는

어머니방

서재

그곳에서

무라카미하루키를만나

책속의한없는둠벙으로빠져들다가

어느일순간

우듬지를타고오르곤하였다

허면

내지나온청소년기와대학

그리고사회초년병시절이고스란히나열되어진

책상유리판아래의사진들을가끔들여다보며

밝은조도의눈부심으로주위가하얗게탈색되어지는

무라카미하루키소설속의

시대적배경과

딱맞아떨어지는

그시절로거슬러오르는

연어꼬리와지느러미의흐느적거리는

착시와착각속으로

깊이빠져드는것이었다

그리고는

노랗게개화하는국화앞에서

무라카미하루키가소설제목으로사용한

비틀즈의NorwegianWood[노르웨이숲]이란노래를듣고

또듣기를반복하며

아침을맞는다

노르웨이숲

-무라카미하루키作-

지금까지살아오는과정에서잃어버렸던

많은것에대해생각했다

잃어버린시간

죽거나떠나간사람들

다시는돌아오지않을추억

*

억새꽃흔들며불어가는10월의바람속에서

길고가느다란구름이

파란하늘에차갑게달라붙어있었다

가만히쳐다보노라면

눈이아릴만큼높은하늘이었다

바람은초원을가로질러

그녀의머리카락을살짝흔들고

숲으로달려갔다

*

뭘보고

뭘느끼고

뭘생각해도

결국모든것이부메랑처럼

나자신에게로돌아오고마는나이였다

게다가나는사랑에빠졌고

그사랑은나를몹시혼란스러운장소로이끌어갔다

*

우물은초원이끝나고

숲이시작되는경계선바로언저리에있다

내가알수있는것은

그우물의구멍이무서울정도로깊다는것뿐이다

숲을가다가외딴우물인

그구멍에빠지기라도하는날이면

목뼈라도부러져그자리에서죽어버리면다행이지만

어쩌다발이삐는데그치면

오도가도못하는신세가되고말아

목이터져라불러도아무도듣지못하고

누군가가발견할가능성도없고

근처에지네나거미같은것들이우글대고

먼저죽은사람들의백골이바닥에널렸고

깜깜하고축축하기만해

그리고위쪽에는빛의동그라미가

마치겨울하늘의달처럼작게떠있어

그런데서홀로천천히죽어가는거야

*

나오코가두손을내어깨에올리고

가만히내눈을들여다보았다

그녀의눈동자깊은데에서

검고무거운액체가

이상한도형을그리며소용돌이쳤다

*

누군가가누군가를영원히지켜준다는건

불가능한일이잖아

그렇지?

만약

만약에말이야

내가너하고결혼했다고해봐

넌회사에갈거잖아

그럼그동안은누가나를지켜주겠어?

내가죽을때까지너에게달라붙어따라다녀야해?

그건불공평하잖아

그런걸인간관계라고할수있을까?

그러다언젠가는나한테넌더리가나고말거야

내인생은대체뭐지

이여자를돌보기위해태어난거냐면서

난그런거싫어

그런걸로는내가끌어안은문제를해결할수없어.

-무라카미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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