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간다, 말없이

가을비내리는

만산홍엽진산길을갑니다

산길에낙엽지고

안개비가득한길에서

장현의[미련]이라는노래를

나직나직반복해부르며

부르며갑니다

내마음이가는그곳에

너무나도그리운사람


갈수없는먼곳이기에

그리움만더하는사람

코스모스길을따라서

끝이없이생각할때에

보고싶어가고싶어서

슬퍼지는내마음이여

미련없이잊으려해도

너무나도그리운사람

가을하늘드높은곳에

내사연을전해볼까나

기약한날우린없는데

지나간날그리워하네

먼훗날에돌아온다면

변함없이다정하리라

가을비스산하게

희뿌연시야가득

내립니다

한구비를돌아가도

두구비를또돌아가도

내내내리는

가을비

벼랑진계곡에서

잠시멈춰서서

아뜩히다가서는

얼굴을그리워하며

미련없이또

산길을갑니다

유리창으로흐르는빗물처럼

내마음이가는그곳에도

빗물이흐릅니다

다시옅은한숨으로

산길에서서

고개숙여

먼곳을그리워합니다

사람이떠나면

아예잊혀지곤합니다

하지만

가끔씩생각나고

보고싶은마음을어찌또

이가을에

감당해야만하는지요

문득

희뿌연시야

아득한곳에서

웃을듯

울듯한얼굴이

다가섭니다

많이보고싶은

얼굴입니다

그냥가을하늘허공같이

아득히먼그곳에

내마음이닿았으면좋으련마는

내마음조차가닿지를못하는

갈수없는먼곳입니다

애끈히

그리워진다는것은

저안개비내리는

산길을홀로걷는일입니다

이가을들어

생각하니

바쁜일상속에서는

잠시잊혀졌나싶다가도

그게아니던것이었습니다

저렇게

낙엽이쌓이듯

채곡채곡쌓였던것이었습니다

그게어느덧

한계절이지나가고

아득히먼먼훗날에는나모르게

아주

잊혀질것이지요?

천륜으로

이세상에왔다가

저세상의갈림길로멀어진다는것은

생각사록

참으로애슬픈일입니다

살다가

살아가다가

어느날아주잊혀진다는것

그것은

더욱쓸쓸한일입니다

목울대저아래에서

끄들려올라오는

옅은한숨

산길을갑니다

잠시길위에서서

방향을몰라

서성입니다

길이끝난곳에서는

다시또다른길로연해이어지던것을요

미련없이가는

그길

그곳에

가을비가

종일내내립니다

장현이부르는옛노래

어스름저녁내내

부르고

또불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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