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단상

세월흘러세밑입니다.

외삼촌과외숙모를모시고식사를하는데

어머니가생각났습니다.

팔십성상의외삼촌께서도

누님이문득문득생각나신답니다.

세상하나뿐인남매지정이

끊어져버린세월.

어머니가동생이신외삼촌곁과

내곁에서영원히떠나가신

올한해의세밑.

마음이세월에서아득합니다.

안해의좋은날도있었습니다.

언제나집안의밝은해로

따스한기운이곳곳에넘치도록

어머니생전과나를언제나한치도어긋남없이

해마다처음과끝이변함없도록행복하게보살펴주었습니다.

이세밑에서

새삼안해의따순사랑에

미안코고마움가득한마음한가득입니다.

사십년

오랜지기들과만나

망년이됐든송년이됐던지간에

부부동반술한잔의

세밑이었습니다.

그래도

오래묵은친구와술이맛났습니다.

안해는브라질에서건너왔다는소주에맛을들여

송년회내내얼굴볼그족족하니

얼콰하였습니다.

친구들이있어

오랜세월변함없이

만남을이어온우정에서

이풍진세상한가운데를지나가면서

마음한켠이든든하고도훈근하였습니다.

한해가가기전에

동해바다를찾아가가슴트이도록시린

겨울바다의찬바람을가슴에안아들였습니다.

수평선으로지나가는외항선에다

일년내내쌓아뒀던그리움들을선적하여

멀리바다끄트머리쯤의외딴섬에다부려놓고왔습니다.

나이가들어가면서

제일앞에세워얄것이먹거리와건강임을

자꾸깨달아갑니다.

외식보다는

집밥을선호하는식성으로인해

일년내내안해의정성으로큰건강의덧침없이

한해를지나세밑까지왔습니다.

생각컨데

행복의최소단위는

정치나종교보다한단계깊은

따순가정과서로간의가족愛라는생각입니다.

나이가들어가면서는

친구나자식보다한치가가까운

서로를챙겨주고아껴줄부부愛가근간을이뤄야

만년의평안이찾아듦이세상의정한이치임을새삼깨달아갑니다.

아침마다깨어일어물붓는소리로하루를시작하는

거실한켠에자리잡아집안의행복습도까지조절해주는

백화점이나식료품점마트에서쉽게구입한

깨끗하고샛노란콩나물보다야시각적美는덜할지라도

무럭무럭자라나는안해표미니콩나물시루에서

진짜배기콩나물을키워가는그과정에서

참행복을배워갑니다.

겨울한가운데

바깥으로눈보라가흩날리고북서풍무서리로

온천지가얼어붙었어도집안에는호접란이활짝피었습니다.

세밑이

따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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