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유감

젊은날이즈음에는

레코드점에서흘러나오는캐롤송만으로도

마음이설레면서흥겹게까지하였는데

이젠저런크리스마스조형물을바라보면서도

별반감흥이전해오지않는다.

아마내가늙느라고그러려니..하지만

왠지무언가를잃어버린듯자꾸빈호주머니를매만지게된다.

저화려한선물상자모두가

남에게보여주기위한가짜연출이듯

우리또한연출된모습으로살아온올한해는아니었을까?

멋지게포장하여남앞에내놓은부끄러움들이

올한해는또얼마나많았을까스스로돌아보게만드는연말이다.

내인생은오롯이내것이어야하거늘

그저어두움은감추고밝음만슬쩍내보이며

남에게보여주기위한자기만족감으로의전시물인박제만

타인들앞에보여준것은정녕아니었을까?

저선물꾸러미같이

아무런생각의사유가깃들지않은

속이텅빈나로살아오지는않았었던가를

이연말즈음에서만큼은

스스로에게솔직히돌아봐야하는것은아닐까?

왜화려함을쫓아

남에게과시를해야만이고급호텔로써

절대품위가유지되는것일까?

고급스러운커피를내리는지그윽한향기가득한푹신한소파에앉아

누군가를기다리며두리번거리는건성건성의어중띤나로

고급스러움에편승하여살아온것은아니었을까?

젊은사람들이

연인과성탄전야의밤을새워가며

명동거리에서어깨가부딪치며지나가는수많은인파속을걸어가야만이

크리스마스가섭하지않았던그시절의젊음이그리운것이었을까?

나는이렇게가만있는데

세월혼자저만치달아나고있는모양을그냥물끄러미

대책없이바라만보아야만하는나이가됐음에도

유행가가사처럼내나이가어때서?

아직도늙지않았다고몸부림을치는구차스러움은

절대하고싶지는않은데

몸이먼저앞서늙어가는세월.

매년맞는송년회자리지만

올해는유독살아온날들에대한회한이가득하다.

화려한치장으로성탄분위기를내는

세밑의화려함속에

혼자만돌아앉아서고독한왕따가된듯한이마음이

무엇으로설명되어져야하는지도통모르겠다.

기름진음식에

건배를몇차례외쳐댄다고

지나간한해가진정잊혀지는것도아니건마는

자꾸자꾸조제하여앞앞이놓이는폭탄주몇순배로

그를잠시잊어보고픈모두의망년회회식자리.

이제더이상싼타가굴뚝으로내려오지않음을알아버렸고

빨간양말을머리맡에걸어두면싼타아닌

부모님이선물을넣어준다는것을알아버렸음에도

저렇게호텔로비에세워진성탄절이미지물에

나도남들과함께섞여덩달아즐거운척연출해야만하는것인지.

순수시대를점차잃어가면서도우리는

모두가저크리스마스조형물아래놓인화려한포장지

그속빈선물꾸러미와같이살아가는것은

정녕아니었을까?

행복하지도않게현대를살아가는너나없이똑같이찾아드는비애를

짐짓서로가알아채면서도그상처를서로건드리고싶잖아

축하를주고받으며풍성한겉박수의말의성찬으로

스스로가위안을받으면서라도우리모두는

정말순수시대행복을찾아가는그길을

영영잃어버리고살아감에도

그나마그것조차도

잊고살아가는것은아닐까?

이제는돌아가고파도

다시는돌아갈수없는먼곳까지

이미와버린현대를살아가는우리.

OECD국가중행복지수가최하위인우리대한민국에서

우리는겉으로만행복한척살아가면서

고급승용차안에앉아위태위태한벼랑끝차마고도를

아슬아슬비포장길을달려가고있는

자화상을자꾸만외면하여잊고싶은

그런망년회자리가아니었는지

스스로에게물어봐야하잖을까?

아무런생각조차없이

세월에휩쓸려그냥그냥살아가는것은아닌지모를

세밑의화려함이다.

어색하고도

어리둥절한화려함으로

한해가저물어가는

송년유감이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