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새벽, 박목월 詩
BY glassy777 ON 12. 24, 2013
성탄절새벽이다.
새벽녘에깨어일어
스탠드불빛조도를올려놓고박목월시집을읽는다.
어머니다니시던성당에올라
이세상에계시지않는어머니를대신하여
항상어머니가앉으시던자리를찾아가무릎을꿇고
기도를마치고막나서는데
초저녁별빛의영롱한빛을따라나직히들리는어머니음성.
"애비야,고맙구나."
어느어둑한문방구가게에들려
두툼한노트와
향내가도는연필을
사들고왔다.
전차가끊어진전차길위에
함박눈이내렸다.
집에돌아가
그쓸쓸한이층
램프앞에서
나는몇줄의시를쓸것이다.
함박눈처럼
우수가쌓이는세상에서
겨우두어간자리를밝히는
장명등을켜듯한몇줄의기도.
시를쓰는밤은
서러우리라.
싸락눈같은내기도에
스스로내가눈물겨워
램프와단둘이
밤을새우네.
사위가고요롭다.
주예수를찬양하던성당의언덕배기도이젠고요하리라.
세밑에서하나둘씩다가오는
그리운얼굴들이있어
퇴근하는차안에서자꾸시야가흐려왔다.
와이퍼를작동시키고
비눗물을분출시켜앞유리를닦아도
자추만흐려지는시야.
핸들을꺾어성당으로향했다.
오,
주여!~
남들은기쁘다구주오셨다고경배를드리고
찬송을올리는데
나만슬펐다.
성당구석댕이에눈물한줌을보태고서야
성당언덕배기를내려왔다.
매년어머니를부축하고
성탄절마다올랐던
이언덕배기.
이젠나혼자내려가면서
아득히먼별빛만올려다봤다.
올해가가면
어머니를내마음에서
아주보내드릴수가있을것만같다.
옛날아부지께서는할머니돌아가시고
굴건제복에대나무지팡이를짚으시고호곡으로
조석으로상식을올리시며삼년상을치루셨는데
이불초한자식은겨우일년상이라니..
내마음자리를모르는남들은
그도이젠시대에맞지않는다고들
지청구를한다.
어머니,
서운하지않으시지유?
이제노루꼬리만큼남은
한해가지나면제곁에서영원히
예수님곁으로옮겨앉으실거지유?
그츄?
잘가셔유.
엄니,
부자지간연으로오셨다가
그렇게가시게해서지숭했어유.
아침마다눈을뜨면
환한얼굴로
착한일을해야지
마음속으로다짐하는
나는그런사람이되고싶다.
-상략-
나는그런사람이되고싶다.
빛같이신선하고
빛과같이밝은마음으로
누구에게나
따뜻한마음으로대하고
내가있음으로
주위가좀더환해지는,
살며시친구손을
꼭쥐어주는,
-중략-
세상에어려움이
한두가지랴.
사는것이온통어려움인데.
세상에괴로움이좀많으랴.
사는것이온통괴로움인데.
그럴수록아침마다눈을뜨면
착한일을해야지.
-하략-
날이밝아성탄절에는
어디따스한곳으로안해와둘이서여행을다녀와야쓰것다.
내일은
강릉으로떠난다.
예약된좌석에
이미내가타고있다.
내일을날으는비행기의
흰그림자.
내가없는
뜰에
모란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