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애틀에 보내는 편지

작은누이야,

막내야,

다들무고한겨?

우째엄니돌아가시고통소식이없는겨.

그곳씨애틀날씨는시방우떤겨,

춥지는않은지몰것네?

오늘은내가제일로소중허게여기는

고향동네향우회송년모임이있는날이구먼?

해서시방연방죽으로넘어가는

비포장흙길을일부러택해서달려가는길이여.

본이를지나고숲길로이어지는

저길은돌맥끼한개없는희뽀얀길이었쟈?

고무신벗어들고걸으면발바닥이간질거리는감촉이

꽤나좋았던길이아닌가베.

오동산이보이고

전봇대나랩으로섯는길을걸어가면

우리모교인쌍봉국민핵교여.

쌍봉강거리에사시는어르신께서추운길을걸어가시길래

차를세우고인사를드리며태워서동네입구에서

내려드리구설라므네

선산으로가는

사창리로향하는길로들어서서

잠시운전대를움켜쥐고우리남매지정을생각했어야.

엄니가시구형님내외만내려오셔서함께여행도가구

맛난것을맹글어함께먹으며형제간의정을

온기가득히다독여가지만서두

씨애틀먼곳에서는이응소식두없구.

나뻤어.

참나뻤어.

그라믄안디여.

저렇게엄동설한가운데서두

양지에서는온기가

따숩게남아바윗돌조차두

모교를지키는구먼서나.

우째남매지정이싸늘하게멀어지는것이여.

그라믄안되는거시여.

우리형제들의동문인쌍봉핵교여.

새루다뺑끼칠을하니깐두루

핵교가새거같텨.

저건물이내가5학년때지은새교실건물이여.

언제나시멘트의독특한냄새가코를큼큼거리게했던새교실.

그시멘트냄새조차두새로워좋았던시절

마치도라꾸꽁무니를쫓아가며매연을코로맡으며

좋아라했든그시절과연관을지으면이해가갈겨.

그황홀할지경의새교실에서

교실시멘바닥을주거라닦고또닦아

맨들맨들허게하고선에복도를댕기며시멘트감촉을손으로쓰다듬던

애정어린교실이아니었던가베.

시방은아주잘건사를해서

참이쁘게가꿔놓은우리쌍봉핵교에들어서니

맴이푸근허니참좋구먼.

자..시방나를따라사진으로나마

꿈에도가끔보인다는쌍봉핵교에가자구.

백미터횟가루금을따라냅다달리던

저코스에서다시금고함을마구질르며내달리구싶어져.

내어린시절이오롯이배어있는

고향집다음으로다정이듬뿍든교정이여.

운동회나입학식이면저모교마크를

가슴팍이나이마빡모자챙위에서

멋지게빛나어깨를으쓱이게했던마크

기억나쟈?

내가마라톤핵교대표로

또음성군대표로

또충북대표로

나가면서

언제나난닝구가슴한가운데

붉은글씨를새겨아교로붙이구선에

모교를빛냈던기억들이새삼스레

감동으로잔잔히밀려오지않것어?

여즉까지

내가삼년내리연우승하여영원히쌍봉핵교

현관교장실옆유리안에전시된

방짜로만든놋쇠우승컵이

아적까정있는것을바라보는맴이

스스로감동스러워지는것은누구도그속을

전수이해가안될것이지만서두

나는주글때까지모교를들르면디다보구또디다볼것이구먼.

오늘은일요일이라서

현관이잠겨있어우승컵을디다보질못하네?

저어린이동상을보면

이추운날에속냉이위에다

올이틴독꼬리하나겨우입구

책보를옆구리에끼구등교길을씩씩히나섰던

어린날들이확연히다가와야.

눈덮인교정이지만서두

참정겨운운동장풍경이아닌가베.

내마냥책을웬간히좋아하는소녀像이

오늘따라아름다운알프스소녀하이디만큼이쁘고아름다워.

쌍봉핵교교가를시방자판을치면서불러봐야.

맑고맑은금계수흐르는물은

거슬러서삼백리올라가며는

아담한오동산이동천에솟고

향그러울일월리울담삼고서

평화속에자라온우리에학원

희망에찬배움터우리쌍봉교!!!~

재작년인가

졸업식에초대받아갔다가

교가가새롭게바뀌어서어찌나서운턴지

교장선상님께항의를해서라두다시제자리로복구했으면하는맴두들었구먼.

체조시간이면

헛둘,삼넷..하며

하얀모자를쓰신

멋쟁이이동규담임선생님의폼은얼마나멋졌다구.

교대를막졸업하시구

첫부임지로오셔서내담임을맡으셧던

총각선생님을

동네처자들이교문담너머로몰래움쳐보면서

가슴을설레이게했던선생님을

밤중에숙직실로동네총각들이들이닥쳐

그네옆댕이공터에서몰매로질투겸앙갚음을해서

눈탱이가밤탱이가돼설라므네

반장이랍시구내가대표루다중턱말선생님댁을찾아갈라손치면

지지바덜이우루루~쫓아와서옷소매를훔쳐가며

봉당에쭈구리고들앉아울쩍거리며울곤하던

그겨울날이엊그제같은데

하마내가낼모레믄그지지바덜이나나나환갑중늙은이로

세월따라정신읎이쫓아가다보니까루

이렇게늙어버렸어야.

돌봄교실이라구써놓은교실앞에서서

봄이오는기운을느꼈어.

봄인데그중에서제일따스한돌봄이랴.

초봄보다이쁘고

늦봄보다앙징맞은돌봄.

저렇게교실창아래

화초도돌보는돌봄교실.

어여따순봄날이왔으면싶어.

정문에서바루내려다보이는

우리높은뱅이마을이

미국땅끄트머리씨애틀에서두보이쟈?

오전반오후반으로나눠서2부제수업을할지경으로

전교생이넘쳐나던그시절은온데간데읎구

핵교학생수가자꾸만줄어서인쟈간신히명맥을유지한다구허는데

참안타까운현실에울컥,서럽기까지혀.

사랑하는모교가자칫폐교가된다믄

또다시고향을찾을일이점점멀어질것을

생각조차하기시려.

핵교바루곁

쌍봉리공동묘지옆에선산으로발길을돌려

호식이형네슈퍼에서막걸리와아부지좋아하던과자를사들구선에

할아부지아부지산소에잔을부어올렸구먼?

막내는벌써성묘를못한세월이몇년인것이여?

어느덧십년세월저편으로아득한기억이

가물거리네그랴.

할아부지께고했어.

씨애틀손주들에게건강과복을주시라구

못찾아뵌다구역정내시지마시라구.

내말은순하게잘들어주시던

할아부지아니신가베.

그래두인쟈

납공묘역화하기전에는

한번쯤은성묘를와얄텐데

그게막내에게바라는작은형의맴이여.

고향마을뒷동산이여.

우리키를넘던

놀이터뽀족바위가섯던자리에

보건지소가들어서서그자리를못찾겠구먼.

모두생존했으면

열두남매였던우리형제가

여섯이나저애총무덤동산에묻히곤하던자리.

저애총무덤동산을들러

계절마다꽃두꺾어다가놓고

감자며고구마두생짜루가져다슬몃놓아두고오곤했던

저애총무덤동산이이제밋밋하게풍화작용에의해어삼무사하게

흔적이없어져버렸어야.

내바루밑으루죽은동생이생각나는구먼.

저너미아저씨가거적떼기에말아서지게에지고선에

높은봉우리애총무덤동산으로걸어넘으실제

맨발로쫓아가며울다가

할아부지손에뒷덜미가잽혀서

사랑방으로들어가쇠죽쑤어절절끓는아랫목

두터운솜이불을내게뒤집어씌워주시던할아부지주름진투박하신손길이며

끅,끅,울음이멈추지않아

낭중에는딱꾹질이되어나와설라므네

얼음이아삭아삭씹히는동치미국물을대접한가득떠다가먹여주시던

할무니의자애로움이문득

저세월저편에서부터

세월이편으로애스러운그리움으로다가서는

향우회날.

올해술병으루죽은

윤식이형네집은인쟈

폐가가돼서아무도안살아야.

저윤식이형네사랑방으로맨날마실가셔서

화투를치시면저녁진지드시라고심부름다녔던

할아부지께서겨울나기를하셨던저집.

세월이그렇게하여

이렇게흔적을지워가는

너와나의고향이구먼.

우리집안방있던자리며

감나무있던사랑채뒷담쯤이여긴가

아님저긴가자꾸만기억들이희미해져.

삽작거리

답사리무성하던장소가여기구먼.

답사리아래암탉이알을품어태어난

병아리들을품던곳이이곳답사리아래였쟈.

하늘높이솔개가병아리를채가려고

빙빙도는봄날이면

병아리떼쫑쫑쫑어미닭날개깃속으로숨어들어

모두가고요하던고향집마당과삽작거리의

답사리가있던그자리.

앞집재열네베름빡에매단씨래기도

낡아가는세월을보여주는고향.

향우회회장님인내친구

저태영이기억나쟈?

저렇게대머리로변해서

아마너는잘몰러볼것이구먼?

향우회형님동생들중에서

회장태영이와영환이가나와갑장이니

더욱반가울밖에읎구먼.

내친구영환이두기억날것이여.

유일하게고향동네에남아농사를짓는

든든하고두정겨워지는갑장친구여.

옆에앉아자꾸만술잔을재깍재깍채워주니깐두루

내가최고라며술취한소리로혀가엉켜가면서두엄지를세워주네?

송년회를숱하게댕겨봤어두

송년음식에보신탕이나오는곳은향우회가첨이구먼?

우째튼지간에건강이최고니깐그리정했다는회장님말씀에

우리는건배를하면서박수로칭찬을했굼서나

갑자기엄니생각이났어.

몸이아프시면읍내건강원에서고기몇근을끊어다가

솥에다푹,고와서당신께만드렸던보신탕.

인쟈엄니가시구선에첨으루

보신탕을먹는데이응목구녕에넘어가질않어야.

봄나물인냉이도올라와그향긋한맛에

밥한그릇을뚝딱해치웠구먼.

십년넘은세월에서

울막내두오십중반으루많이늙었겠구나.

우짰튼지간에

머나먼씨애틀에서

남매지정돈독히하여

모쪼록에건강했으면좋겠구먼.

보고싶고사랑하는

작은누이와

막내야.

누이는환갑을넘어갔구

오십중반을넘어가는우리막내에게두

새해에는福많이짓기를바라것어.

이편지받던지

인터넷으루읽으믄

일간소식한번전해주길바라것어.

저기고향마을이바라다보이는맨아래사진속.

타향살이노래가사같이

고향앞버드나무에물이오르는

따순봄날이오기전에

반가운소식한자주길바라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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