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애틀에 보내는 편지
BY glassy777 ON 12. 29, 2013
작은누이야,
막내야,
다들무고한겨?
우째엄니돌아가시고통소식이없는겨.
그곳씨애틀날씨는시방우떤겨,
춥지는않은지몰것네?
오늘은내가제일로소중허게여기는
고향동네향우회송년모임이있는날이구먼?
해서시방연방죽으로넘어가는
비포장흙길을일부러택해서달려가는길이여.
본이를지나고숲길로이어지는
저길은돌맥끼한개없는희뽀얀길이었쟈?
고무신벗어들고걸으면발바닥이간질거리는감촉이
꽤나좋았던길이아닌가베.
오동산이보이고
전봇대나랩으로섯는길을걸어가면
우리모교인쌍봉국민핵교여.
쌍봉강거리에사시는어르신께서추운길을걸어가시길래
차를세우고인사를드리며태워서동네입구에서
내려드리구설라므네
선산으로가는
사창리로향하는길로들어서서
잠시운전대를움켜쥐고우리남매지정을생각했어야.
엄니가시구형님내외만내려오셔서함께여행도가구
맛난것을맹글어함께먹으며형제간의정을
온기가득히다독여가지만서두
씨애틀먼곳에서는이응소식두없구.
나뻤어.
참나뻤어.
그라믄안디여.
저렇게엄동설한가운데서두
양지에서는온기가
따숩게남아바윗돌조차두
모교를지키는구먼서나.
우째남매지정이싸늘하게멀어지는것이여.
그라믄안되는거시여.
우리형제들의동문인쌍봉핵교여.
새루다뺑끼칠을하니깐두루
핵교가새거같텨.
저건물이내가5학년때지은새교실건물이여.
언제나시멘트의독특한냄새가코를큼큼거리게했던새교실.
그시멘트냄새조차두새로워좋았던시절
마치도라꾸꽁무니를쫓아가며매연을코로맡으며
좋아라했든그시절과연관을지으면이해가갈겨.
그황홀할지경의새교실에서
교실시멘바닥을주거라닦고또닦아
맨들맨들허게하고선에복도를댕기며시멘트감촉을손으로쓰다듬던
애정어린교실이아니었던가베.
시방은아주잘건사를해서
참이쁘게가꿔놓은우리쌍봉핵교에들어서니
맴이푸근허니참좋구먼.
자..시방나를따라사진으로나마
꿈에도가끔보인다는쌍봉핵교에가자구.
백미터횟가루금을따라냅다달리던
저코스에서다시금고함을마구질르며내달리구싶어져.
내어린시절이오롯이배어있는
고향집다음으로다정이듬뿍든교정이여.
운동회나입학식이면저모교마크를
가슴팍이나이마빡모자챙위에서
멋지게빛나어깨를으쓱이게했던마크
기억나쟈?
내가마라톤핵교대표로
또음성군대표로
또충북대표로
나가면서
언제나난닝구가슴한가운데
붉은글씨를새겨아교로붙이구선에
모교를빛냈던기억들이새삼스레
감동으로잔잔히밀려오지않것어?
여즉까지
내가삼년내리연우승하여영원히쌍봉핵교
현관교장실옆유리안에전시된
방짜로만든놋쇠우승컵이
아적까정있는것을바라보는맴이
스스로감동스러워지는것은누구도그속을
전수이해가안될것이지만서두
나는주글때까지모교를들르면디다보구또디다볼것이구먼.
오늘은일요일이라서
현관이잠겨있어우승컵을디다보질못하네?
저어린이동상을보면
이추운날에속냉이위에다
올이틴독꼬리하나겨우입구
책보를옆구리에끼구등교길을씩씩히나섰던
어린날들이확연히다가와야.
눈덮인교정이지만서두
참정겨운운동장풍경이아닌가베.
내마냥책을웬간히좋아하는소녀像이
오늘따라아름다운알프스소녀하이디만큼이쁘고아름다워.
쌍봉핵교교가를시방자판을치면서불러봐야.
맑고맑은금계수흐르는물은
거슬러서삼백리올라가며는
아담한오동산이동천에솟고
향그러울일월리울담삼고서
평화속에자라온우리에학원
희망에찬배움터우리쌍봉교!!!~
재작년인가
졸업식에초대받아갔다가
교가가새롭게바뀌어서어찌나서운턴지
교장선상님께항의를해서라두다시제자리로복구했으면하는맴두들었구먼.
체조시간이면
헛둘,삼넷..하며
하얀모자를쓰신
멋쟁이이동규담임선생님의폼은얼마나멋졌다구.
교대를막졸업하시구
첫부임지로오셔서내담임을맡으셧던
총각선생님을
동네처자들이교문담너머로몰래움쳐보면서
가슴을설레이게했던선생님을
밤중에숙직실로동네총각들이들이닥쳐
그네옆댕이공터에서몰매로질투겸앙갚음을해서
눈탱이가밤탱이가돼설라므네
반장이랍시구내가대표루다중턱말선생님댁을찾아갈라손치면
지지바덜이우루루~쫓아와서옷소매를훔쳐가며
봉당에쭈구리고들앉아울쩍거리며울곤하던
그겨울날이엊그제같은데
하마내가낼모레믄그지지바덜이나나나환갑중늙은이로
세월따라정신읎이쫓아가다보니까루
이렇게늙어버렸어야.
돌봄교실이라구써놓은교실앞에서서
봄이오는기운을느꼈어.
봄인데그중에서제일따스한돌봄이랴.
초봄보다이쁘고
늦봄보다앙징맞은돌봄.
저렇게교실창아래
화초도돌보는돌봄교실.
어여따순봄날이왔으면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