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부지와 박카스

운동을마치고

업무용책상에막앉았는데

누가놓고갔는지박카스한병이있습니다

박카스라에서는특유의옛향취가풍깁니다

유년기의추억을생생히떠올리게하는이상한드링크제

마침

우체부가오고

택배기사가오기에

한병씩을나눠주려니

종일내힘들게다니다가

비로서한숨가지를쉬면서

나를향해목례를하며짓는그들의밝은미소

그하나에도제가더마음이환해지는것이었습니다

박카스한병의밝은미소

할아부지와박카스

국민핵고4학년부터고교2학년까지줄곳

핵교마라톤대표선수를했습니다

아부지는허구헌날약주에취해셔서

단한번도제가마라톤을뛰어우승컵을가슴에앉는

내어린날의영광스러운운동장을

한차례도찾지를않으셨지만

할아부지께서는한번도빠짐없이

자랑스런어린손자를찾아

니스칠반들반들한지팡이를짚고

꽹과리벅구니를치는군중들사이를비집고

일등테이프를끊고기진하여비틀거리는내게다가오셔서

흰두루마기오른주머니에서그예의박카스한병과

할아부지호주머속손아귀체온으로구르고또굴렀을

울집닭장에서오늘막낳은찐계란한개와함께

인자하시고도자랑스러운웃음가득머금으시고

제게내미셨습니다.

제가

인생을살아오면서

아직도동심을간직하고

남들보다풍부한감성의소유자가되어

남보다행복지수를높여살아갈자양분을주신

그원천에는자애로운할아부지와할무니가계셨습니다

눈이녹아봄기운이묻어나는

콧속으로들어오는신선한겨울바람을맞으며

운동장을돌고또돌면서할아부지의사랑을되새겨감사를드렸습니다

유년기에평생을갈

감성지수의8할이형성된다고

심리학자들은말합니다

2년간늦깎기로서울을오르내리며어렵사리배운

심리학공부에서도그것을증명하는

체계적인이론을배웠습니다

자손에게돈이나재산을물려주면

그것을지켜내기가쉽잖습니다

도둑을맞거나

사기를당할염려가있습니다만

이감성의행복지수는누구도어쩌지못하는

자신만의고유품격인자산이되어평생을함께합니다

어느옛시인은

다정도병인양하다고읊었습니다

때론감성이풍족히넘쳐흘러

남의논밭까지흘러가그메마른땅을적혀주곤합니다

다정다감으로

친구들과이웃과가족을대하면

내주위가포근따끈해지면서모두가착해집니다

허면

조부모님께서주신재애로움으로

나자신또한강팍해지려는마음한가지없이

쌓인눈이봄바람에소리없이녹듯

내주위가더불어행복해지는것이었습니다

이보다더한행복

세상어디에또있답디까?

이른퇴근길에

자동차로3분거리지척에계신

할아부지산소를찾아머리를조아리고

집으로넘어오는데

저녁놀이아름답습니다

마을로저녁연기낮게깔리면서

어머니가저녁먹으라고

멀리에서저를부르는소리가들려오는듯한

아늑하고도고즈넉한자연부락을지나

집으로돌아오는길이

행복했습니다.

박카스

한병으로

하루내행복했던

좋은날이었습니다.

꽃등인양창앞에한그루피어오른
살구꽃연분홍그늘가지새로
작은멧새하나찾아와무심코놀다가나니.

적막한겨우내들녘끝어디메서
적은깃을얽고다리오그리고지나다가
이보오얀봄길을찾아문안하여나왔느뇨.

앉았다떠난아름다운그자리가지에여운남아
뉘도모를한때를아쉽게도한들거리나니,
꽃가지그늘에서그늘로이어진끝없이작은길이여.

    -유치환님의詩춘신(1947年)-

17:36현경과영애
이신새벽현경과영애의노래를하염없이듣습니다

행복한날의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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