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의 좋은 날

지난봄날

이승의아름다운소풍을마치고

하늘나라로가신어머니가고마운며느리에게

조그마치의금붙이를남겨주신마음의선물을사러

비오는종로거리를안해와오랜만에팔짱을끼고

금은도매상이즐비한종로거리를걷다

충청도에서올라간촌사람눈앞에

비까번쩍넓은매장

도매상과총판이밀집해있는

서울의중심의종로까지올라온연유는

금값이시골읍내금은방의2/3가격으로형성되므로

오며가는기름값도상쇄하고붓한자루를얻을것임에

알뜰한안해의생각을따라도랑치고가재도잡고자함이다

온갖모양과형형색색의금붙이에서

어머니의작은유산으로고르고또고르는데

이것도이쁘고저것도이쁘고발길이땅에닿지가않는다

세심하게서너개를고른연후에

목에대어보고손으로만져보고내게의견을묻는

안해의행복한옆모습을멀찌기팔짱끼고서서바라보려니

어머니생각이떠오르면서고얀히눈앞이흐려온다

의미가깃든금붙이를

최종낙점을받은목걸이를걸고는

흡족하니비오는종로거리로팔짱끼고걸었다

오랜만에

비오는인사동을걷는다

문방사우에드니

마음이은은하고도풍성해지다

안해에게

좋은붓한자루를사주다

필방에들면

모든물건들을손감촉으로쓸어보고

한참들여다보는그묵향즐거움이참좋다

지혜롭게살아

후회된한생애는살지말아야지

울부부는

비오는날이면자주

먼한양길에올라인사동을찾는다

보슬부슬봄비에젖어

착갈아앉은인사동의깊은매력을

그대께서는아시느뇨.

인사동에서는

생각이옛스러워지고

깊은사념으로들어심신이명징해진다

옛선비

풍운아김옥균을

따라들어가는골목쟁이

고요해지는마음으로

뒷짐지고느릿느릿걸어가다가

차향과국악이낮게깔리는

전통다원을들어서면

내가좋아하는

검정두루마기를입은

선비같은사람도만나려니

농짝에모셔진내검정두루마기는

언제어느날에나꺼내서입어나볼까나

종로거리에서의어수선했던마음이

차를주문하고허리를꼿꼿히펴고좌정을하니

이마음곧선비가아니러뇨

어느대갓집

사랑채에내앉았는고?

고요함에들어

천장을올려다보다가

마주앉은안해를

이윽히건너다보다가

한과와떡접시에

따스한인삼차한잔을곁들여

안해와한담을나누면서천천히들다

인사동에오면

스스로가선비같은마음으로

옷깃을여미게된다

젊은날부터

이곳을유난히좋아해서

찾아가앉곤하던

저사랑채

가던발길멈추고

고개를숙이는데

먼기억속으로까마득히멀어지는

옛사람의그림자

그사람이올것같아서

뒤를돌아보고또돌아보며

골목길을돌아나오다

흘러간

물레방아의물은

다시는돌아오지못하리니..

비오는인사동골목길

옛생각이

유리창안에서

우두커니창밖의나를바라본다

비내리는인사동

수많은인파속에서의많은생각들

비는내리고

비는내리고..

이좋은날

좋은붓한자루에

그득한한정식수랏상을받아보는호사

정갈하고

깔끌한상차림

또한

좋은사람들이옆에함께앉으니

이아니좋을씨고!

처가에서한밤자고일어

새벽달뜬수락산을올려다보니

섣달스무닷새맑은달빛이교교히흐르더라

집에돌아와

어머니가걸어주신

목걸이를다시만져보는안해

맑간오후햇살가득히비춰드는

창아래에앉으니

어디선가들려오는

어머니음성

고맙다에미야,

내가에미로인하여만년이참행복했구나

3:06우리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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