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구월심 삼천배

할무니는거의매일을

뒷곁장독대위애정한수를떠놓으시고

삼백예순날한결같이치성을드렸다

내가불교에든것또한할머니의영향이크다

어린날에는거의할머니의손에이끌려

절이나뚱땅집(무당집)을드나들곤했는데

지금도그기억이어느부분은또렷하다

쌍봉이라는마을의강거리에는

의영이네라는무당집이있었는데

계절마다정기적으로그곳에가서는치성을드렸다

소원은거의같았던것이었으니

우리집의안녕과작은아버지에대한일구월심이그것이었다

연이은사업실패로

정작당신의장자인아버지는정신줄놓고

허구헌날을술로지새며가산이기울대로기울어

술로패가망신할지경에이르렀으니

그새벽마다의지극정성으로드리는치성이

다름아닌당신의들째자식의

영민하고똑똑했던것을붙잡고

평생을마음에담아떠나보내질못하신것이다

돌아가신날할머니소곳쟁이에는

비닐로칭칭감은누런증명사진한장이있었으니

작은아버지사진이었다

그작은아버지가살아서돌아오시길

평생토록빌고빌으셨던

할머니의일구월심기도

고향

-김소월-

짐승은모를는지고향인지라

사람은못잊는것고향입니다

생시에는생각도아니하던것

잠들면어느덧고향입니다

조상님뼈가서묻힌곳이라

송아지동무들과놀던곳이라

그래서그런지도모르지마는

아아꿈에서는항상고향입니다

봄이면곳곳이산새소래

진달래화초만발하고

가을이면골짜구니물드는단풍

흐르는샘물위에떠나린다

바라보면하늘과바닷물과

차차차마주붙어가는곳에

고기잡이배돛그림자

어기엇차디엇차소리들리는듯

떠도는몸이거든

고향이탓이되어

부모님기억,동생들생각

꿈에라도항상그곳서뵈옵니다

고향이마음속에있습니까

마음속에고향도있습니다

제넋이고향에있습니까

고향에도제넋이있습니다

마음에있으니까꿈에뵈지요

꿈에보는고향이그립습니다

그곳에넋이있어꿈에가지요

꿈에가는고향이그립습니다

물결에떠내려간부평줄기

자리잡을새도없네

제자리로돌아갈날있으랴마는!

괴로운바다이세상에사람인지라돌아가리

고향을잊었노라하는사람들

나를버린고향이라하는사람들

죽어서만은천애일방헤매지말고

넋이라도있거들랑고향으로네가거라

안해가멀리산사로

새벽다섯시에삼천배수행정진의길을떠난새벽

할머니의장독대위에정한수를떠놓고기도하시던

그새벽이떠올랐다

일구월심바라는것이라는것은

거의자신아닌다른사람을위한기도를하는것이

할머니나안해의공통된것이었으니

그이타심의아름다운마음이

부처님께가닿기를바랄뿐이다

밤열시나돼야삼천배를마친다고하니

그기도의경지에이르는고통과

마음하나로도이미감동으로다가와

아무리부부간이라지만숙연키까지하는것이었으니..

집안의무슨큰일때나

간구하여얻고자하는일에서의

안해의기도는언제나지성이가닿았다

안해는간절히원하는기도를할때면

연필을깎아경전을사경을하곤하는데

그연필의사각거리는소리가

내귀에도들릴지경으로

그런순간에는나또한숨을죽이고

마음으로함께기도를한다

그정성가득한기도는

언제나부처님께서들어주셔서

가정의화평을가져왔고

난관이닥쳐옴에순탄하게헤쳐나아갈힘을주시곤했다

추운새벽길

지아비건강을위해멀리

삼천배를떠난안해의일구월심

2:55조용필-간양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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