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없는
집안의한낮은
고요한정적만흘렀다
마루에
책보를집어던지는소리에놀란
파리떼가빼~에~엥!소리내어날고
부엌으로가솥뚜껑을여니
밥물냄새가구수하니진동했다
아침도굶은뱃속은잔뜩허기가졌다
감기고뭐고샘가에서찬물을길어다가대접에물말아
무짱아찌와후룩,후룩,삼키며간단한점심요기를마쳤다
아침에까지만해도쩔쩔끓던
몸이감쪽같이씻은듯상쾌하고도가뿐했다
어두운방안이불속에누워있고싶지않은
너무나밝고따뜻한봄날이다
공연히
뒤숭생숭하다
바깥마당에는짚이응과
대나무로엮은방풍벽이둘러쳐졌고
그안으로아늑하게담배모판이자리잡고있었다
그짚으로엮은방풍벽안에들면
따스한봄볕만내리쬘뿐
바람한점없이짚푸라기한가닥도
흔들리지않았다
모판비닐하우스를들치고들어설라치면
매콤한거적떼기냄새가좋았다
모판의거름내음을맡으니
까닭없이졸음이몰려왔다
그때막
읍내에서정오싸이렌이
모판사이의거적떼기에얼굴울대고
엎어지듯벌렁뒤로누웠다
비닐하우스의나른한수증기기운에취해
코앞에서기어다니는왕거미조차도
귀찮아서잡지도못하고
혼곤한잠속으로가물가물빠져들었다
가끔씩
멀리비닐하우스위를가로질러날아가는
까치소리듬성듬성들려오고
참새소리가득했다.
곤한낮잠에서깨어일어나니
입가로침이찌~익흘렀고
선잠취한몽롱함에
방인지바깥인지얼른구분이안됐다
볼따구니로
거적떼기의우둘두툴한자국이찍였고
손끝에만져지는
그감촉이참좋았다
꼭갓난아기의엉덩짝을만지는
보드라운감촉이손끝에와닿았다
부스스일어나이리저리둘러보다가
물초롱에물을길어다가
어른들흉내를내며
담배모판에물을뿌리며놀다가
형이만들어놓은대나무물총을꺼내다가
이곳저곳으로찍,찍,갈겨대며놀았다
손가락끝의지문이
퉁퉁불어서허옇게변해갔고
물장난도심드렁해졌다
짚방풍벽바깥쪽의
작은도랑에는
미나리깡에서흘러내리는물이졸졸흘렀다
시궁창같은미나리깡에서
밤낮없이어디서샘솟는지맑은물이넘쳐났다
작은도랑물꼬를
이리저리방향을틀어내보기도하고
작은돌맹이를주워모아
물꼬를막아놓고흙탕질도해보다가
그짓도싫증이나면
길건너광링이네보리밭으로나갔다
그곳에는
동무들이하나둘모여들면서
구슬치기놀이로
하루해를보내는
말없이모여드는우리들만의장소였다
보리밭주인아저씨의
호통소리가멀리서부터들려와도
악동들은쉽사리도망가지않고
화가잔뜩난아저씨가
코앞까지다가와서야
실실뒷걸음질치며판을깨뜨렸다
도망을가면서도
그때까지놀았던유리구슬의
주고받는셈의산은끝내야했고
다음으로몰려가는
저너미동산으로우루루몰려갔다
그곳보리밭에는
언제나잃어버린유리구슬을주울수가있었다
놀이중에는
아무리눈씻고찾아도안띄던유리구슬도
판이끝난나중에
보리밭고랑을어슬렁대다보면
보리사이발치께로말간빛을띠고나타나곤했다
땅거미가밀려올즈음이면
이집저집에서아이들을부르는
엄마들의목소리가아득히멀리에서들려오고
그때마다한아이씩
저녁먹으러들어가며
동무들이하나둘줄어들고
봄날이저물어갔다
‘야아!~금방갈께유~’
‘밥식기전에얼릉오너라이?~’
어둠침침한집안을들어서면
맨먼저부엌으로뛰어들었다
구수한
저녁밥짓는냄새가득한부엌에는
끄름이시커멓게낀5촉짜리
흐릿한전구다마아래
머리에흰수건을두른엄니가
밥상을차리고계셨다
씻지도않은손으로
엄니몰래겅거니를손으로냉큼집어
입속으로털어넣곤했다
밥하고같이먹을때의맛과는
비교가안되는고소한맛은
슬슬녹듯이넘어갔고
밥주걱을덕,덕,긁어
가마솥의누룽지를
동글동글하니뭉쳐서
내밥위로얹어주시면
마당으로나가
어슬렁대며누룽지를먹으면뜨던
어두운헛간의닭장에는
장대위에일렬로나란히앉아
눈만디룩디룩거리고앉아있는
닭들의고요한모습과
빨간눈의토끼가
먹이를씹어대는사각!~사각!~소리
저녁연기낮게깔리는
고요한마당으로나지막히들려왔다
중천으로초저녁별이나오고
서녘으로비스듬이하얗던눈썹달은
차츰차츰노란빛을발하기시작할때면
마실가셨던할아버지께서마당으로들어서셨고
엄니는저녁상을
안방으로급히들여가셨다
누룽지의구수한맛은
종일을찬밥한덩이로때운시장끼를재촉했고
마당에서냅다뛰듯
마루로올라서며벗어던진검정고무신은
한짝은봉당으로
한짝은마당으로날아떨어졌다
어느새처마밑으로
제비들이날아들어와
안방화롯불에는
청국장이보글보글끓어넘치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