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시조, 이조태평기 (30) : 술 뒤주

짚방석내지마라낙엽엔들못앉으랴

솔불켜지마라어제진달돋아온다

아해야탁주산채일망정없다말고내어라

짚방석을애써내놓을일은없느니

이리낙엽이두텁게쌓였는데

이위에앉으면될일아니더냐

공연히관솔불을켤일이어디있느뇨?

좀있으면어제졌던달

동산위로둥실떠올것이노니

아이야,아무술이나산나물과함께내오너라

변변치않다고괜스레없단말일랑

하지를말거라

술도음식이라고

젊은청년기에사랑방에서할아부지께

술을배웠습니다

해서절제를해가며마시는버릇을들여

이제껏술에게져본일이없습니다

아니..딱한번

진도홍주라는전통술에그만

뒤로자빠졌습니다

아마7~8년전일겝니다

진도홍주를

베란다소청마루에주안상으로마련하고는

저를앉히는안해가

실실웃는것이었으니

아마도안해는그전통주의위력을

풍문으로들은것같았습니다만

저는그볼그족족한술의색감이어찌나예쁜지

그만만만히보고말았던것이

화근이었습니다

한잔을마시는데?

흠마,뭔술이이리맞난지단숨에목넘이를하는데

그야말로이거다싶었습니다요

거기다가안해가

그노무권주가인지뭐신지를

옆에서추임새를놔가면서분위기만잡지않았더래도

그날의사단은일어나지않았을것입니다

시방도제가술에게진유일한그날의기억이

아주선명히떠오르는것이었으니..

한넉잔을연거푸마셨을까나?

안해얼굴이아주젊은처자이상가게

엄청스레예뻐지더니만

권주가소리가귓속에서윙윙날파리날아댕기는

이상야릇한증세가오더만걍눈이까무룩!~감켜지는것이었으니..

원체가술끼가오른다싶으면

자동적으로눈꺼풀위로바윗덩이가올라서는고로

친구가더마시자고옷깃을잡던말던지간에

또는

윗사람이계신엄숙한자리건간에뭐고

체면이고자시고없이들어가잠을자야하니

뭔주정이고비틀거리는것을할여지가있을것이며

혀꼬부라져해롱거릴여지가있겠습니까

일찌기할아부지께배운

반듯한술버릇이이나이껏살면서

술로인한실수한번없이즐겨왔으니

아주썩좋은술체질입니다

에그그~삼천포

다시

본론으로들어가설라므네..

아?안해얼굴이갑자기내눈앞에서사라지더란말입니다?

취기가머리끝까지올라가는가싶더니

머리윗쪽천장에닿는가싶더니만

이런?하늘로둥둥떠서창밖구름위를날지않것습니까

시방..내가구름도사가됐단말시..근데안해는나를놔두고

어디로뿅!~사라졌단말시

흠마야,

안해가웃는소리인지먼지는당최가늠이안되지만서도

그소리마져까막스레가뭇히멀어지는가싶었는데

그다음부터는기억이끊겼다가이어졌다가하는

필름이끊어지는현상을난생처음경험하고야말았으니..원

술에만큼은지지않고지내왔다고

이순신장군보다더어깨를으쓱이며

한껏스스로자긍심을가져온보람도없이

그날걍무너졌습니다

화장실에앉아뭔노래인지소리높여부르다간

놀라나온신어머니로부터

애비야,왜그러는겨..어여들어가자라!

지청구를한마디듣고선에

그만호기롭던기가팍,수그러들어

안방침대에몸을던지고선에

또기억이안났습니다

그리고딱2시간지난시각에

마치마법에들었다가깨어난어리버리시골총각마냥

개운깔끔해진상태를유지

뒷머리를긁적이며머쓱하니거실로나가니

안해가배꼽을잡고웃습니다

아니?내게손가락방향을틀어잡아마치권총을쏘듯

갈갈거리며뒤로쓰러집니다

마치총맞은것처럼..이란노래를부르는여가수같이말입니다

졌습니다

술한테처음졌습니다

전장에나갔다패하고돌아온패장같이

고개를푹숙이고는

마음속으로친구들에게급사과를했습니다

머시라?필름이끊겨서엊저녁일이기억에읎따고?

자네시방그걸말이라고허는감?

이랬던친구들에게

잠시고개숙여묵념..아니진심으로급사과를했습니다

잘못은시기를놓치지말고맞바로사과를해얀다는평소지론을따릅니다

에그그~

또삼천포로흘러갔습니다

그술의미각을

천등산박달재아랫자락에포근한터를잡고살아가시는

오선생님댁에초대되어갈기회가있었는데

그예의맛좋은독주를만난것이었으니

어찌술을즐기는혀끝이

요동을치지않겠습니까

헌데이번에는함께자리하신오선생님사돈양반이신박선생님께서

나와술기운궁합이딱들어설라므네

곁에앉아연신술의추임새를놓으시며

병아리눈물만담길듯작은종재기만도못한

중국고량주전용술잔에

연신잔을채워주시며건배..또건배..또

그날흐믓하신눈으로건너다보시던

오선생님께서기억해두셨다간중국출장길에

직접공수해오신귀한술을

다음에또박달재를넘어천등산자락에당도하니깐두루

저오기만기다리면서보관해놓으셨다고하시며

글쎄한박스나선물로주시질않겠습니까

그게저위에사진속술뒤주입니다

해서

친구가찾아오면

한잔씩맛을보켜주면

흠찟,놀라면서더달라고잔을내미는술도둑

술맛이아주좋습니다

허면손바닥만한술병을

집으로가는친구에게

뒷주머니에슬몃두어병낑겨주면

취한중에도금새얼굴색이급환해지며

술이취해내게굽십굽신헤헤헤!~고맙다고악수를청해오는

56도고량주인

최고의맛을혀끝과목줄기에짜르르~얹어주는독주입니다

이제술뒤주가비어갑니다

제가마신것은두어병쯤되나?

나머지는친구며지인들과한병두병나눴습니다

오선생님께서저에게주실때는혼자먹으라는것보다는

여럿이나눠마시라고주셨을것이기말입니다

사실엊저녁에한병을따서

딱한잔했습니다

누룩향그윽한뒷맛과

급취기로구름위에얹혔다가

딱2시간후면지상으로안착하는

요술

참말로

요술(酒)을부리는술

맛이요?

주금입니다

거실한켠에술뒤주를놓고사는사람

아마도나뿐인가하노라.

짚방석내지마라낙엽엔들못앉으랴

솔불켜지마라어제진달돋아온다

아해야탁주산채일망정없다말고내어라

  1. 3:15양금석창부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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