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 고향의 하루

제가아침마다출근하는

고향길입니다

구불구불

길이참정겹습니다

언덕을올라서서

구릉을지나가면서풍경은급변합니다

조류독감이제고향에도들이닥쳐

길양켠으로소독약품을

지나가는차량마다에풍깁니다

농투산이의눈물이

창앞을뿌옇게가립니다

얼마나복창터지는일입니까

인력으로도안되고

하늘을날아가는철새들이하는일

축산농가농민들의한숨소리

점점높아만갑니다

내고향친구는날마다술입니다

자식키우듯밤낮으로정성쏟은

기천마리의닭과오리를생목숨으로땅을파고묻어야하니

왜맴이쓰리고아프지않겠습니까

밥한끼먹자고손전화를넣어도

묵묵부답입니다

오늘은

일부러농로길중에서도

제가제일좋아하는길로출근을합니다

문득어른신이모시는

경운기라도맞닥치면

피할곳까지후진을하느라애를먹곤하지만

새마을모자를벗어서고맙다고인사를하시고지나가시면

저도운전석에서앞유리에머리를바싹대고

정중히고개를숙입니다

아침마다이길을가노라면

스스로고향의품안에드는느낌이들면서

따습고푸근해지면서

마음또한한없이착해집니다

봄이오는

초봄의밭둔덕을넘으면

제가태어난고향마을이고

조상님부모님계시는선산이니

더욱마음포근푸근해지는것이었습니다

점심시간에

뒷짐을지고느긋한마음으로

산보를나갔습니다

오늘하루

어찌나따습던지요

지난겨울이있었기나한것인지

기억아득합니다

밭에는어느덧

푸른새잎이야들야들올라옵니다

비닐하우스안을슬몃열고얼굴을디밀어봅니다

후끈한훈짐이확,끼칩니다

중풍을맞으신박영감님댁처마아래

씨래기도어느덧새끼줄만남아

봄입니다

봄볕따사로운

사랑채마루에얹힌희뽀얀먼지에도

봄입니다

박영감님께서

의자를내다놓으시고

지나가는행인이며차들을왼종일바라보시던

저대문앞에도봄이왔건마는

영감님은아니뵙니다

대문앞공터에도쓸쓸하지만

봄입니다

올겨울은

그닥춥지않고수월케넘어가

연탄이그냥남았습니다

앞마당장독대에도

봄입니다

어느골목쟁이에서

문득바람벽을감아도는

바람한점

햇살한뼘에도

봄입니다

연탄재는아직겨울이지만

농사를준비하는파란거름포대에는

봄입니다

까치가날아간

빈둥지를인지붕아래

가난한창문에도

봄입니다

닭들이

한차례훑고지나간

뒤란텃밭에엎어진물그릇에도

봄입니다

양지쪽푸석한땅

남생이에도

봄입니다

마당에

토종닭그림자에도

봄입니다

봄볕이따사로운마을에서

이제막사무실로들어가려고돌아서는데

마을지붕마다에

봄입니다

너른들녘

산을넘어가는밭둔덕아래

봄을캐는아낙들의등까머리에도

봄입니다

업무를마치고

퇴근정리를하는

사무실바람벽으로도

나른한저녁빛그림자로

봄입니다

업무책상에서

고개만들면매양바라다보이는

과수원억덕배기를넘어가는

야트막한언덕위

황혼빛에도

봄이서려있는

초봄

고향의

하루입니다.

  1. 3:41조영남,눈감으면들리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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