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마을에서 한나절

친구뭐하는가?

아이구주꺼써

왜그려

엊저녁술을너무마셨더니만아직도누워있어

시방넘어갈테니밥이나같이먹세나

그려..어여넘어와

어르신우짠일루밖에나와기신데유

누구..시더라

*짜*짜쓰시는아버님이시구먼유

그려?그래우짠일루넘어오셨나?

안골형*이친구집에가는중이네유

작년봄에자당님돌아가신지가벌써해를넘기네

야..벌써그리됐네우

그려그럼잘댕겨가시게

야..건강하셔유

동상..부지런도하구먼

형님..우짠일이셔

응..오늘명*이네비닐하우스를친댜

거들러넘어오셨어유?

그려..어여볼일보러가시게

야..넘어가세유

다들연로하셔서

농기계가농사를짓는

고향마을

고향가는길은

저렇게언제나정겹다

따스함이배어있는

고향으로넘어가는길

봄을준비하는

너른들판

하늘로흐르는한점구름따라

봄이깊어가는

고향

나를키워준

국민핵교를지나

친구송주사네밭을지나서

조부모

어머니아부지계신선산을지나

고향집

바로앞집

재*이네앞마당

경운기

봄볕이따사롭다

폐가된지오래인

앞집재*이네

옛날집

두엄자리와밭둔덕에

비닐하우스옆댕이시멘트담장만이남아있어

이곳이우리집자리라는

흔적으로남은

나태어나태를묻어둔

고향집

옛터

옛터야

잘있었느냐

명*이친구집을찾아가는

희뽀얀소롯길

비닐하우스를짓느라분주한

고향에친구들

날씨가원체따뜻하구먼?

왔는가

오랜만이네

어여이것좀잡아줘

그려..그려일좀도와주려고넘어왔네

길*이이건뭔가?

뭐기는..엊저녁술판을벌였던잔해구먼?ㅎㅎ

뭔노무술을셋이서이렇게깠댜

시방속쓰려주껀네

왜안그렇겠나..나이덜좀생각해작작들마셔

어찌먹다보니깐두루이렇게됐구먼

명*이는?

아까나왔다가잠깐집안에들어간다더니곯아떨어졌나벼

참..친구들하구는..

비닐하우스안에는이미

뽀얗게봄이

흙속까지배어들어

씨앗을잉태할준비를마치고있었다

이제나저제나기다리다가

집안에서영판내려오긴글렀다는생각에

집안팍을둘러봤다

농사를준비하는

창고에쌓인

밭거름과콩자루

양지쪽고양이가

게슴츠레졸린눈으로

게으름을한껏부리는

봄을예비하는

감자에

싹이나서

잎이나서

묵,찌,빠!

한가롭게

봄볕을쬐면서농사철을기다리는

봄마당

장독대에

햇살가득쏟아지는

봄뜨락

명*이는끝내내려오질못하고

형*이친구집으로넘어가마당에서친구를부르는데

또영판대답이없다

알뜰도하지

마당까지밭을일궈서

농사를지었구먼

간신히문을열어주고는

다시까무룩,정신을못차리는친구에게

밥이나먹으러높은뱅이로넘어가자고채근하니

왔으니커피한잔대접해야겠다고

부득부득커피를탄다

고향마을저너미에

가든이생겼다

농사가바빠누가가든에가

거하게비싼식사를퍼질러앉아할까마는

가든…말든

일요일이라선지

한가하다

바로아래에사는

영*이를부르려고전화를해도불통

일부러집에까지찾아가니금방나갔단다

손전화를넣으니

윗집진*형님집으로얼릉오란다

부침개에막걸리판이벌어졌는데

마침잘넘어왔다고

고향선후배여섯이빙둘러앉아

술추렴을하고들있었다

얼결에큰대접으로가득막걸리를따라주시는

고향의형님

건배하며

마시던잔을절대짜르면안된다고

얼콰하니엄포를놓으시기에

완샷으로꿀꺽,꿀꺽,마시고얼른돌아나왔다

유년시절

마루끝에서맨날바라보던

오동산이있는저기저

정에겨운

풍경

바로옆집

목사친구*봉이집에들러

어머님께인사를드리려고들어가니

아무도없는집마당으로

빨래가마르고있었다

쇠죽끓이던사랑방

고쿠락에는

온기끊긴지오래

봄볕들이해살,해살..노닐고있었다

꾸득꾸득광주리가득말라가는

무수는무슨반찬을

만드시려나

이미

이세상에없는

진*이친구네집대문은

굳게닫혀있어

문앞에서작은소리로밥이나먹으러가자고

중얼거리다가슬며시가든으로올라왔다

염소주물럭을곁들인탕

흑염소특유의노린내를걱정하며

한숫갈뜨니

깊은맛이나면서엄청맛나다

느긋하게한시간넘게

이런저런고향이야기를한가하게나누며

봄이오는고향마을에서

친구와의한나절

따스한

봄볕바래기

집으로넘어오는길

저수지는

봄물빛으로깊어깊어져

남실남실

찰랑찰랑

수변가오솔길은

포근푸근

둑방너머흰구름은

뭉실몽실

차를세우고

낚시꾼의한가로운모습을지켜보려니

막낚아올린

물고기지느러미끝으로

봄물결출렁촐렁

반짝반짝

구름을타고넘어오신

봄의정령

봄의

정령이

먼남쪽으로부터

봄바람을타고

산을넘고

밭둔덕을지나

저수지

맑은물결을타고건너와

수런수런

논둑에서서우두커니

봄을맞이하는

전봇대

그넘어

마이산산정으로도

애기구름에실려북북서로넘어가는

봄의정령

담장으로승공통일

녹이슬은양철지붕위로도

따스한햇살온기로

아지랑이피어

스멀스멀

저수지둑방아래

소록길에서

산으로

텃밭에서나물캐는

아낙의등으로

살폿한

거름을내다가

밭에부리고땀을닦는

농군의이마에도

고요히봄볕을쬐고있는

버리고떠난집

마당가득

쨍하니맑은봄날의하늘

그아래양지쪽마을

양지울의

고향마을에서한나절을보내고

집으로돌아와나른한피로감으로

맥주한잔마시고나니

소청마루에

봄볕이한가득

하아아아품!~

오래간만에

낮잠이나한숨자야쓰것다.

3:58꽃피는청춘마을(1959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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