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그 깊이에 대한 사유
연전에

안해가강원도월정사

적멸보궁에들어열흘남짓지내며

단기출가를떠났더랬습니다

단기출가를마친

안해를데리러먼길을갔다가

그곳스님들과합장으로인사를나눌기회가있었는데

學僧이신현기스님과의

산아래에서다과를나누며

스쳐가듯짧은시간을함께할기회가있었습니다.

현기스님을

안해로부터의소개로

합장인사를나누는순간

그만눈이환해지면서맑아지는느낌의

신비로운마음안뜰에형용키어려운신비로움으로

일순놀라웠습니다

현기스님의얼꼴에그만

순식간에매료되고야말았습니다

밀짚모자

아래

해맑갛게만면에환한미소

그리고

진지하면서도무겁지않은온화함

차분함으로세상을향해있는성찰의눈

가만히바라보면

마음에맑은빛이차오르게하는무구함

내면의맑은기운이서려

속기를밀어낸스님을

곁으로다가앉아

함께한

촌각

사람의얼굴이

저렇듯아름다울수있는것일까

얼마나

내면의사유가깊어지면

저런얼굴을갖추게되는것일까

현기스님

그이끌림으로의

짧고간결한맑은목소리의법문을들으며

더욱가까이다가앉게만들었습니다

가만히바라보기만해도

맑게차오르는

얼굴

그깊음에대하여..

울부부가

화타라고별칭을붙여드린

사찰의주지스님만진맥을짚어

몸을보하는보약을짓고첨약을하시고

소소한건강론을담론으로풀어내시는

속세의한의사와는확연히다른

진지함의부드러운말씨와

겸허하신눈빛과은은한미소에섞인

그윽함

결코앞서가는말이란없이

울부부의이야기를무던히따라오시는겸손과

한의학에대한고매하신학식

화타선생의아름다운얼굴위로

아침나절의햇살같이퍼져가는미소

그깊음에대하여..

일전에

쥐시킨트의[깊이에의강요]라는

단문을읽었습니다

일견

넉장밖에되지않는짧은소설이면서

복잡한심리묘사나내용도그다지특별치않아보였습니다

하지만

인간이란존재가

얼마나불완전하고도나약한존재인가와

알게모르게서로에게상처를주며살아가고있는가를

깊이있게생각하며읽게됐습니다

젊고앞날이유망한한여류화가의전시회에서

한비평가가이야기를합니다

당신의작품은재능도보이고

마음에도와닿지만

애석하게도깊이가없어요

악의없이던진그한마디에순수하고열정적인

그여류화가의일생은뒤틀리고맙니다

그래..나는깊이가없어

왜나는깊이가없을까

정체불명의알량한

허공중뜬구름과도같은

예술적깊이에끊임없이집착하게되면서부터

여류화가는

점점자신감을잃고끝없는절망의나락으로

추락하는나날속으로빠져들게됩니다

날이갈수록의기소침해져그림을그릴수없게되고

비만과알코올과마약성약물중독으로

폐인이되어가다가는

……

마침내139미터되는높은송전탑위로올라가

전나무숲으로떨어집니다

무심코뱉은옛날의자신의비평을잊은

그예의평론가는그날조간신문에조의성글을싣습니다

그여류화가의작품에서는

삶을예리하게파헤치려는치열함

깊이에의강요를느낄수있었노라고…

삶이란

예리하게파헤치려는열정으로

사유의중심을향해내딛는

묵묵한걸음걸이가

깊이인줄

그여류화가가알았더라면

그녀는송전탑같은데는올라가지않았을것입니다

……

천진한
탈속화가인장욱진은
검정을오래들여다보면비로소빛이보인다..고했습니다
검정색을 오오래들여다보노라면 종시에는흰색으로도보인다고했습니다 작가란 오랜자기내면의어둠과 얼마나치열하게맞서야하는것일까요 문학이란 아니 삶이란 더높이올가기보다는

더깊이파들어가는데있지않을까..여겨지는것이었습니다

일상의밋밋한지리멸렬함이

문학적아름다움으로형상화되려면

명경지수같은평정한마음상태를먼저다져야만이

깊고잔잔한물이되는일이아니던지요

적막한골짜기와

허무로점철된구릉을지나

기쁨과환희

슬픔과한숨을

그리움으로삭히고가라앉혀

침묵으로흐르는강물에다다르는것일진데

한자락

바람결에도

파르르~물결이지고마는

내마음의글쓰기가

새삼부끄러워지는것이었습니다

나는언제나

아득한깊음의너른감성과

고요로움으로의글쓰기를할수있을까요

안해와함께

어둑한읍내로내려가

산보를다녀올까합니다

내마음의

깊이

그깊이를

생각하며

현기스님의해맑은얼꼴을

화타한의원의은은푸근한얼꼴을

그맑은마음의

청신한미소를떠올리며

이저녁나직나직

밤길을걸어

산보를다녀오려합니다

나는언제나

아득한깊음의너른감성과

고요로움으로의글쓰기를할수있을까요

  1. 3:42조영남모란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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